오용준 국립한밭대 총장 |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이미 명문대학에서의 교육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퀸스칼리지(Queens College) 해커 교수는 그의 저서 '비싼 대학'에서 다음과 같이 미국 명문대학이 어떻게 학생들의 등록금을 탕진하는지 꼬집고 있다. 먼저, 교수들은 바깥세상과 격리되어 있으며, 행정직의 70%가 학생 교육과는 상관없는 업무를 수행하며, 강의에는 값싼 시간제 강사들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2년제 대학의 경우 정규직 교수 없는 학교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학부 교육이 보통 수준 밖에 안 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이들은 교수들의 학문적인 연구 성과를 내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들은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으며, 강의에 있어서도 본인의 학문적 관심에 관련된 내용을 가르치려는 경향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교육부 장관을 지낸 빌베넷은 저서 '대학은 가치가 있는가'에서 미국 명문대학의 등록금의 가파른 상승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대학생들이 학위를 따기 위해 떠안은 부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학자금 대출 부채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그는 대학 교육이 정말 지불 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분석한 결과, 미국의 1200여 개 대학 중에서 300여 개 대학이 투자 대비 순수익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꼼꼼하게 대학의 자료를 분석하고, 교육 내용을 평가하고, 적절한 기대치를 설정할 것을 권했다. 또한 정책당국에는 대학 교육의 개혁을 강화하고, 온라인 강좌를 내실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선진국의 상황이 우리나라 대학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또한 대학 입학생의 감소, 등록금 문제, 교육의 질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모든 대학들이 자천타천 최상위 명문대학으로 불리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늘어서 있다는 것이다. 모든 대학이 교육도 하고, 연구도 하고, 최근에는 산학협력도 일반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대보다 잘 하기는 어렵다. 고만고만하게 따라할 뿐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대학이 함께 경쟁력이 저하되는 시스템으로 갈 수 밖에 없게 된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대학의 명성 외에 학생들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명문대학 졸업생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대학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측정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대학생이 보는 PISA와 같은 OECD의 '고등교육 학습성과 평가사업(AHELO)'과 같은 평가가 국내에도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들은 교육의 질 경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명문대학이 아닌 명품대학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의 내용을 어떻게 차별화해 학생들이 어떤 역량을 배양해 내는지 명확하게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연구에 있어서도 어떤 영역에서 각 대학이 경쟁력으로 차별화하는지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제는 보편화된 산학협력도 어떤 가시적 성과를 내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오용준 국립한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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