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에 예산안도, 민생법안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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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쟁에 예산안도, 민생법안도 표류

  • 승인 2023-12-05 08:13
  • 신문게재 2023-12-05 19면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고, 시급한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모습이다.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국민 두려운 줄 모르는 정쟁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의 기세 싸움에 기인한다. 여야의 정쟁에 국회 기능은 '고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만큼 적확한 표현이 없다.

예산안은 11월 30일까지 예결특위 심사를 마치고 법정 시한인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정기국회 직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으나 막판까지 합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및 재생에너지 예산과 R&D 예산,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새만금 사업 관련 예산 등은 여야의 첨예한 입장 차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시가 급한 민생법안은 정쟁으로 표류하고 있다. 대규모 전세사기범에 대한 가중처벌, 순직 군경 유가족의 국가 상대 위자료 청구 허용, '살인 예고글'에 대한 공중협박죄 도입 등 민생과 밀접한 법안들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전세사기처럼 다수를 상대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를 가중처벌하는 특경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법률 미비로 인한 '솜방망이 처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탄핵 정국을 이끌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이른바 '쌍특검법'을 꺼내 들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총선용 정쟁 특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협치와 타협이 실종된 여야 대치는 총선에서 승패가 결정돼야 멈출 듯싶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어느 한 당도 전체 의석의 과반을 넘지 않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발언이 무슨 의미인지 절감하는 연말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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