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예술인공연지원사업 선정작품인 이 작품은 소설가 이청준의 '예언자'를 송전 한남대 명예교수 각색·연출로 재탄생한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상수(常數)인 지배-피지배의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시대풍자극이다.
1970년대 말 또는 현재의 서울 중산층 주거지역 안 어느 평범한 지하 카페. 이 카페에서는 단골 동네 중년 남성들이 가끔씩 만나 세상일들을 담소하며 가볍게 술잔을 나누는 곳이다. 그 인사들 중 수석이 취미인 시인 나우현은 좀 특이한 인물이다. 종종 재미삼아 앞일을 예언하곤 하는데 그 확률은 거의 100%이다.
그런데 어느 날 카페 주인이 바뀌게 된다. 새 주인 홍 마담은 카페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영하기 시작한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카페 고객들에게 가면을 쓰게 한 것이다. 처음에 어색하거나 거부했던 단골들은 새로운 풍습에 익숙해지면서 그 분위기에 편승하며 매우 자유롭고 흥겨운 술자리를 만들어 간다. 카페는 날로 번창해간다. 어느 날부터 시인 나우현은 카페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 예언한다. 그러자 홍 마담과 나우현 사이에 긴장이 빚어지게 되고 급기야 살인사건은 일어나게 된다.
송전 교수는 이청준 작가의 원작 소설 '예언자'를 희곡 '씨레네'로 각색하면서 2023년을 곱씹어 분석했다. 비극적인 현실을 성찰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연극적 서사 전략을 구사한다. 작품 속에는 '시대를 초월한 상수(常數)인 지배-피지배의 인간관계'란 주제 를 작품 전반에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유의 비판적 질문을 끌어내고, 연극을 보는 재미와 긴장감 속에서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유연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선율(線律)을 지닌 춤과 음악이 작품에 담겼다.
특히 이 작품은 원작 소설과 각색 희곡 둘 다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시공을 넘나드는 연극성과 무대와 관객과의 연결 구조가 필연적인 유기체로 작용하고 있다.
작품 속 등장인물인 '나우현'은 '자기실현적 예언'을 통해 권력과의 대결 구도 속에서 예언이란 한낱 점치는 일 따위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발설하는 일이며, 그 실현의 실현 과정 속에는 예언자 자신의 역할이 이미 포함돼 있음을 '몸'을 통해 보여준다.
이번 연극에서 드라마트루기를 맡은 김충일 북 칼럼리스트는 "연극은 우리가 겪는 현실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아픔과 갈등의 양상을 예리하게 파헤쳐 비극적인 아름다움으로 무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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