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섭 교수 |
그런데, 정작 국회세종의사당이 어떤 모양으로 들어올 것인지에 대한 소식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입지와 관련해 새로운 BRT 노선을 만드는 등 행복도시 중심부의 대중교통 체계와 도로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안이 발표되기는 했으나, 교통대책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다. 관련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는지 누구도 말하지 않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조차도 입을 다문 눈치다. 왜냐하면 국회사무처 주관으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커다란 공공개발을 예정하고 있을 때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안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이 먼저 발표됐을 때 예상되는 부작용이 불을 보듯 훤하다. 토지확보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가 급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아전인수격으로 공익보다는 소수의 이익을 우선한 계획방향 전환 시도가 개입될 여지도 있다. 그리하여 대상지는 국회세종의사당 예정부지라는 표지판과 높은 울타리로 가려진 채 지나는 이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공공에서 부지는 이미 확보했을 터이고,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관과 부서는 국회규칙에 나와 있듯이 이미 정해진 듯하니 굳이 더 이상 비밀거리가 남아있는지 의아스럽다. 설계공모를 통해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지면 이를 다듬어 최상의 시설로 건설하면 될 터인데 말이다. 우리가 현시점에서 궁금한 건 국회의사당이 모두가 염원하는 '민의의 전당'으로서 역할 해야 할 기능과 정체성을 갖추고 있느냐다. 기존의 권위적 공간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탄생할 것인가 말이다.
여기서 기시감으로 떠오르는 것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만들어지던 과정의 일화다. 많은 사람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우리나라 근대건축 거장 중 한 사람인 김수근의 작품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김수근의 설계공모 당선안을 보고 현대적인 모양이 마음에 안 든다고 건축가를 바꾸었다. 다시 전통적인 요소가 반영된 안이 제안됐으나 권위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둥근 돔을 얹어야 한다는 국회의원들의 요구가 더해져 최종안이 만들어졌다. 결국, 오늘날의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설계한 사람은 국회의원들이라는 얘기다.
세종국회의사당이 만약 울타리를 두른 채 권위적인 모습으로 예정부지에 자리한다면 어떨까를 상상해본다. 애초 역사상 전례가 없는 세계적인 도시를 만든다고 중앙을 공원으로 비운 혁신적인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졌는데, 이 개념이 크게 훼손되면 어쩌나? 옥상에 동양 최대의 공원을 만들고 시민과 함께 나눈다고 설치한 조각물들도 보안을 이유로 울타리로 가둔 정부청사 건물들과 같이 도시 속 또 하나의 도시로 남으면 어쩌나? 국회의사당이 내려오면 인구도 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서울을 오가는 통근버스가 출근길 혼잡만을 더하면 어쩌나?
상징적이고 중요한 필수 시설들은 예정부지에 낮으면서 널찍하게 자리 잡고 국민과 접촉이 많아야 하는 시설들은 도심 곳곳으로 분산 배치하는 계획을 제안해본다. 쇼핑 패러다임이 변할 줄 예상 못 하고 수요보다 많이 공급돼 상가 공실률이 큰 걱정거리인 세종시 현실에서 도심 곳곳에 국회의사당 관련 시설들이 이미 지어진 건물을 임차해 사용한다면 지역 활성화에 적잖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세종에 들어서는 국회의사당이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시민에게 물어 이로부터 도출되는 방향성과 이미지를 곧 개최될 설계공모에 반영했으면 좋겠다. 국민은 이제는 국회의사당이 권력의 공간이 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여러 모양으로 열리고 소통하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을 기대한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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