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
'자상자인하지(自上者人下之) 자하자인상지(自下者人上之)'.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이려 하는 자는 남이 자신을 낮추려 할 것이며, 자기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자는 남이 자신을 높여 준다는 진리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자신을 낮추고 뭇사람으로부터 늘 배운다는 겸손의 미덕이 절실한 때다. 누구나 인식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을 가지고 건강한 논쟁과 토론에 나설 때, 비로소 사회공동체를 지킬 수 있는 규범과 제도를 만들 수 있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는 '3불' 사회다. 지금 우리에겐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역동적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이 나라의 미래요 희망인 청소년들에겐 더욱 그렇다. 자기 눈높이보다 다가온 현실은 '불만'이고, 과거 경험에 비추어 믿을 곳이 없는 '불신'이며, 그리고 취업과 내 집 마련, 자녀교육과 노후를 생각하면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전(前)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거나 뒤집는 차별화만으로는 곤란하다. 합리적인 장기적 목표를 제시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이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꼭 필요한 우물을 파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아울러 배려와 양보, 그리고 겸손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윤리도 변하기 마련이다. 과학의 발전은 그 변화를 더 가속한다. 2세기 전 노예 제도는 얼마든지 정당한 일이었다. 하지만 눈부신 산업혁명으로 노동력이 기계로 대체되면서부터 노예 소유는 상상할 수 없는 불법이 되었다. 윤리적 딜레마다. 마찬가지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지금도 논쟁거리다. 하지만 만약 당신 자식이나 손자가 유전자 결함을 안고 태어났는데 주저하다가 병을 고치지 못했다면, 가까운 미래에 당신은 손자에게 원망받을 수 있다. 유전자 편집은 미래에는 일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혁신에는 방향설정과 속도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손꼽히는 모성애(母性愛). 조건 없는 헌신적 사랑으로 통용되며, 표준국어대사전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 사랑'으로 정의한다. 모성애는 세상에 나온 생명체의 성장 과정을 지켜주는 생명줄이다. 만일 모성애가 없는 종족이라면 2세 생존율이 너무 낮아져 지구촌에서 도태될 확률이 높다. 모성을 종족 번식을 위한 진화의 산물로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인간의 모성애도 진화과정을 거친 여성의 원초적 본능일까. 또한, 21세기 대한민국호의 최대 난제인 초저출산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국이 초저출산 국가에서 탈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성의 지배를 받는 한국 청년들의 집단지성이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뒤바꿀 만한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가 녹록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이제는 파격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외국의 슬기로운 청년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대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얻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적절한 저출산 대책의 실체는 무엇이며 언제쯤 제시될 수 있을까?
초저출산만큼 심각한 한국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모성이나 부성(父性)의 이름으로 나타나는 자녀에 대한 과도한 간섭과 양육 태도다.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이 필요한 시기는 단지 걷기 전 영아기 때뿐이다.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인 관용과 사랑, 개입이 지속하면 아이는 자신감 결여, 따돌림, 반항장애, 불안증, 우울증 등을 가진 채 성장하기 쉽다. 최선의 양육은 아이의 시기별 성장 단계에 맞게 사랑도 관심도 적절한 수준에 머무르는 중용의 미덕을 초지일관 지키는 것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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