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처평가 2급의 대전 유등천습지의 낮과 밤. 산허리를 단절하는 자전거도로 공사가 이뤄지고, 밤에는 체육시설 조명이 쏟아진다. (사진=임병안 기자) |
습윤한 상태를 유지하고 그러한 환경에 적응된 식생이 서식하는 곳을 습지라고 규정할 때 대전에는 총 18곳에 습지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갑천습지처럼 하천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은 방동저수지의 방동습지를 비롯해 기성습지 등 8곳이고, 대청호가 계절에 따라 물높이가 달라지는 특성으로 발달한 습지가 4곳 그리고 하천에 쌓은 보 영향으로 만들어진 인공습지가 세천동과 추동 등 6곳에 있다. 국립생태원은 대전에서 습지를 지금도 계속 탐사 중으로 갑천 한빛대교와 원천교, 금강 현도교, 유성구 대동 등에서 생태 서식조사가 최근 이뤄졌다.
특이한 것은 수질관리 차원에서 대청호 주변의 농경지를 매입해 농사를 중단한 곳에서 습지로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이다. 동구 효동의 갓점골습지(4159㎡)는 대청호 상수원 보호를 목적으로 농경지를 매입해 경작을 금지한 곳으로 버드나무군락, 줄군락, 부들군락 등이 스스로 자라면서 삵과 참개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오가는 서식지가 되었다. 동구 마산동의 사슴이골습지(5822㎡) 역시 과거 농경지로 이용되던 입지였으나 경작 중단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버드나무군락 습지 식생으로 바뀌어 너구리, 삵, 빙어, 민물검정망둑, 징거미새우가 서식하고 있다. 반대로 대청동주민센터 맞은편의 주원천 세천습지(1만461㎡)는 하천에 석축 제방과 콘크리트 블럭으로 포장되면서 생물 다양성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습지학회장인 김이형 공주대 스마트인프라공학과 교수는 "도시개발과 경작지에 편입되면서 대전에 상당히 많은 습지가 사라졌고, 그러한 환경에 적응했던 야생동식물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생물종다양성이 떨어졌다"며 "공원에 분수대가 아닌 습지를 만들어 탄소흡수를 돕고 과거에 습지이었던 곳을 복원하는 일이 지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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