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원 밑에 십자가 표시는 여성, 푸른색의 원에서 오른쪽 방향 화살표가 있는 건 남성을 상징한다. 이는 중세시대 로마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여성은 금성(Venus), 남성은 화성(Mars)을 나타내는 천문학 표시라고 전해진다. 여성의 표시에 관해 '거울을 보는 비너스'라 하며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는 아름다운 여인을 표현했다고도 한다. 정확한 기록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여권 성별 표기에 제3의 선택지를 추가해 '성별 X' 여권을 발급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네팔, 캐나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12개 국가에서 'X' 또는 기타 성별 표시를 허용한다. 양분법적 선택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나라도 있지만 대다수 국가에서는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규정하지 않는 사람의 공식 신분을 허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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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데이터마이닝된 문구에는 그, 그녀, 그 사람(he/him, she/her, them/they) 등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선호 대명사 선택 기능을 추가해 포용성에 관한 개발 관점 유지를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남자를 남자라, 여자를 여자라고 부르지도 못하나'라는 불만과 함께 '원하는 호칭으로 불러주는 게 당연하다'라는 댓글이 치고 받았다.
요새 가장 핫한 질문 하나 던져본다. '전청조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주민등록상으로 여성인 전 씨는 남자는 물론 다른 여자와 결혼식도 했다고 한다. 점입가경으로 쏟아지는 보도를 보며 전 씨의 사기 범죄보다, 필요에 따라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더 충격이긴 했다. 수십억 사기행각 피해자들은 전 씨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과연 중요했을까.
#로마의 황제가 선호한 성별을 존중해 그의 인칭 대명사를 '그녀'로 지칭하기로 한 박물관도 있다.
영국의 노스 하트퍼드셔 박물관은 잦은 여장 등의 기행으로 유명한 로마의 엘라가발루스 황제와 관련된 전시물 설명에서 당사자가 선호한 성별을 존중해 그녀(she/her)로 공식표기하기로 했다. 서기 218년에 집권해 222년 암살당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 집권했던 엘라가발루스 황제는 주변인들에게 "나를 군주라고 부르지 말라, 나는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고대 문서의 글에 의해 전해진다.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황제 엘라가발루스를 '최초의 트랜스젠더'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대한 논쟁은 수 천년 간 이어져 왔고, 이런저런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정답을 찾지 못한 채 호불호의 난장판이 만들어지곤 했다.
생물학적인 남녀로 이등분하는 것도, 사회적인 성별 젠더로 설명하는 것도 절대적이진 않다.
태어나 보니 수컷인지 암컷인지, 남자에 끌리는지 여자를 사랑하는지, 근육을 키우고 싶은지 머리를 기르고 싶은지, 화장을 하고 싶은지. 그래서 당신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인간을 나누는 정답이 과연 존재하긴 할지 의문이 든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은 변하고 있고, 여전히 본인의 행복이 최우선이다.
/고미선 사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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