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익준 차장 |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 획을 그었지만, 결국 이인자였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전 국회의원도 대권에서 미끄러졌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자멸했고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세상을 떴다. 정치에서 과정은 중요치 않다. 실패만이 남는다. 그렇게 대망론은 허상(許上)이 되어버렸다.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대망론을 실현했다고 본다. 부친 출신지가 논산·공주인 건 맞다. 윤 대통령도 대전과 논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딱히 지역과 특별한 인연이나 애정을 찾긴 힘들다.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지 않았느냐고? 정치 입문 초기 지역 기반을 만들려는 충청 공략전의 일환이었을 뿐이다. 대망론을 실현했다기보단 대망론이 역이용당했다는 말이 어울린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궁금할 테다. 좀 제대로 해보자는 거다. 정치는 투쟁이다. 그 과정에서 권력을 얻고 권력을 행사한다. 물론 지역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국가균형발전 방향이 지역이 주도하는 광역도시 형성과 자급 능력 강화로 가고 있다. 지역 간 경쟁체제로 가는 마당에 충청만 손을 놓을 순 없다. 그 역할을 정치가 맡아야 하고 더 나아가 충청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다시 대망론으로 돌아간다. 이젠 충청 대통령 배출이란 단순 목적에서 벗어나야 한다. 충청발전의 대명제 아래 지역결집과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개념으로 승화해야 한다. 충청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영호남 패권주의에 충청은 언제나 뒷전이다.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 등 성과도 있었지만, 여러 사업 추진이 더디고 인사 홀대도 현재 진행형이다.
충청 정치의 탓도 크다. 일부 지역만 챙기다 보니 충청 전체로서 결집력이 약해 대다수 현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지역보단 정치적 이익만 우선시하는 태도도 문제다.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충청의 정치인들은 흩어지기 바쁘다. 사람을 키우는 것도 아니다. 모두 잠재적 경쟁자일 뿐이다. 이제는 충청의 울타리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되 같이 성장하려 노력해야 한다.
때마침 22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대망론 불씨를 되살릴 적기다. 대형 선거에 맞춰 지역민들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체성을 재정립할 기회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력 결집과 위상 강화, 새로운 지역 인사들의 육성·발굴도 가능하다. 기회는 제 발로 오지 않는다. 진정한 충청 웅비(雄飛)를 바라며 다시 대망론을 부르짖어본다.
/송익준 정치행정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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