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이응노 탄생 120주년을 맞이해 국립현대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이 함께 마련한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응노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프랑스 퐁피두 센터, 체르누스키 파리 시립 아시아 미술관 등을 비롯한 국내외 유명 미술관과 개인 컬렉터가 소장해온 이응노 작품들이 대거 전시 중이다.
전시에 소개된 60여 점의 출품작들은 대다수 국내 미공개 작이라는 점 외에도 이응노의 작품 세계 전체를 고르게 보여주도록 선정됐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1958년 유럽 이주를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 까닭에 각 전시실을 둘러보며 이응노의 한국적 뿌리와 유럽에서 받은 자극이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해 독자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응노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은 10년마다 변화했다"고 말할 정도로 일생동안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추구했다. 한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로도 꼽힌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에서 관람하기 어려운 해외 소재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1전시실(충돌과 융합)은 이응노가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1959년 이후 그린 작품들 가운데 걸작들만을 모아서 구성된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지닌 관람객들을 만나며 이응노의 작품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응노의 작품 속에서 한국미술과 유럽미술은 어떻게 충돌하고 창조적으로 변화했는지를 추적하고 상상해 볼 수 있다.
2전시실(서쪽에서 부는 바람 : 유럽, 1959~1989)은 1989년 이응노가 서거 직전에 그린 작품 '군상'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이응노가 막 유럽에 도착한 1959년 작품에 이르도록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응노의 스케치 6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데, 작품화되기 이전의 스케치들은 생생하고 날 것 그대로의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3전시실(동쪽에서 부는 바람 : 아시아, 1930년대~1959년)은 이응노가 유럽으로 이주하기 이전의 작품들로 구성했다. 1930년대 이응노가 즐겨 그렸던 대나무와 난초 그림, 1936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간 후에 그린 실경산수화, 해방 이후 1950년대의 대표적인 인물화 등이 골고루 전시돼 있다. 이 시기에 그가 습득했던 동아시아의 미술 전통은 유럽에서 이응노가 활동하는 데 끊임없이 자양분을 제공한다.
4전시실(동양미술학교, 1960년대~현재)은 이응노가 프랑스에서 운영한 동양미술학교와 관련된 작품과 아카이브로 구성되어 있다. 제자들을 대하는 교육자로서 그의 태도를 통해 관람객들은 이응노가 가진 동양화가로서의 소명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영상실에서는 이응노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한 '이응노, 그림 같은 아이' 다큐멘터리를 최초 공개한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프랑스 퐁피두 센터, 체르누스키 파리 시립 아시아 미술관 등 국내외 미술관 및 개인 소장자들이 소장한 국내 미공개 작품을 만나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