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 배재대 총장 |
국·공립대학으로의 정부 지원금 쏠림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1년도 기준으로 교육부의 대학직접지원사업에서 1개교당 받는 평균 지원금을 비교해 보면 무려 약 3배의 차이가 나, 국·공립대는 약 240억원에 달하는 반면 사립대는 약 84억원에 머물고 있다. 이런 불균형한 정부 지원에 더해 국·공립대학은 사립대학 특히 지방에 소재한 사립대학에 비해 다양한 유리한 점을 갖고 있다. 일단 등록금이 사립대학의 절반 수준이니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이 지난 15년간 등록금 동결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는 동안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공립대학은 상대적으로 재정 압박을 덜 받았으며, 교원 대우에 있어서도 사립대학 교직원들의 임금이 거의 동결 수준에 머문 동안에 국립대학 교직원의 임금은 공무원 수준에 맞춰 인상돼 왔다.
이처럼 여건이 전혀 다른 대학들을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해 글로컬대학을 선정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다. 당연히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은 별도의 기준과 절차를 가지고 선정해 교육 혁신이 공평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글로컬 사업에서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문대학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향후 지방 사립대학이 생존해 나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점에서 글로컬 사업은 당연히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의 협업과 공조를 장려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또한 글로컬 사업의 성격상 지역 안배는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대전·세종·충청 지역에서 단 1개교도 선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다. 올해는 첫해라서 지역 안배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내년과 앞으로의 선정 과정에서는 당연히 지역 균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글로컬 사업에 있어 지방의 사립대학 및 전문대학을 배려해야 하는 데에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번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인 지방시대의 완성과 융성을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역량 있는 지방 정주 인구 양성이라 할 수 있는데, 각 지방 정주 인구의 핵심 자원은 바로 각 지방의 사립대학 및 전문대학 배출 졸업생들이다. 향후 지방 정주인구의 많은 부분을 이들이 채우게 된다고 볼 때 이제라도 지방의 사립대학 및 전문대학에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지방시대의 역량 있는 인재를 내실 있게 양성하는 일이 돼 궁극적으로는 지방인구 소멸시대에 성공적인 지방시대를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다. 지방 소재 사립대학 및 전문대학 재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와 교육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입장에서 대학의 혁신을 장려하고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번 글로컬 사업이 그러한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글로컬 사업은 지자체와 대학과 지역 산업이 협력해 성공적인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 그렇기에 지방 대학의 생존 여부를 정부가 선정한 일원화된 평가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 대학의 생존 여부는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건전한 지역 정주 인구 양성을 위해 각 대학이 기울인 자기 혁신과 차별화 노력의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시장에서 수요자의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이에 정부가 할 일은 모든 대학들이 혁신과 변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과감한 재정 지원을 하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다. /김욱 배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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