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변호사 |
성년후견 제도는 피후견인의 상태에 따라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에 개시되는 성년후견,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개시되는 한정후견,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사무의 후원이 필요한 경우 개시되는 특정후견이 있고, 그 이외에 피후견인과 후견인 사이의 계약으로 선임되는 임의후견이 있다. 예를 들면, 식물인간 상태 또는 치매 등으로 인하여 자신의 가족 이름이나 주소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적인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성년후견이 개시되고, 그보다 경미한 정신적 제약을 가진 경우 한정후견이 개시된다. 과거에는 낭비벽이 심한 사람이 '한정치산자'로 인정되었던 사례가 많았으나, 이제는 재산을 낭비한다는 이유만으로 한정후견이 개시될 수는 없고, 낭비의 원인이 정신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이어야 한정후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성년후견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종전후견인, 종전후견감독인 및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구할 수 있으며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는 없다. 성년후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피후견인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하여 심문기일을 열어 피후견인의 진술을 청취하는 심문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피후견인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에 장애가 있는 자인지를 판명함에 있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감정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성년후견과 관련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성년후견인 지위를 이용해 장애가 있는 숙부의 아파트를 판 대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조카 A는 자신의 숙부이자 발달장애인인 60대 남성 B에 대해 성년후견인이 된 뒤에 그 이듬해 B의 아파트를 대리인 자격으로 법원의 매매 허가를 받아 처분하였다. 당초 법원은 아파트 매매를 허가할 때 아파트 판매대금을 피후견인 B의 통장에 보관하고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하였으나, A가 그 돈의 대부분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한 후에 현금으로 바꾸어 베트남으로 건너가 골프장 사업에 투자하거나 타인에게 빌려주는 등으로 소비한 사례였다.
올해 7월엔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신해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처벌불원 의사는 원칙적으로 피해자 본인만 가능하고 후견인에 의한 대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는 다친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죄를 물을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해당 사안에서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 대하여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배우자가 교통사고 가해자인 피고인으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하면서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서면을 제출하였지만, 결국 그 처벌불원의 의사는 피후견인의 의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이 처벌되었다.
성년후견제도의 안정적인 운영과 피후견인의 두터운 보호를 위해 후견인의 피후견인에 대한 범죄행위 예방을 염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충돌사항이 생길 수 있는 친족이 아닌 변호사 등을 전문인을 후견인으로 세우는 제3자 후견인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속화되는 고령화 사회에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보루로서 성년후견제도가 잘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