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존 마에다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단순함의 법칙'에서 디지털 시대의 성공키워드로 단순함을 들었다. 존 교수는 복잡한 상품의 기능을 소비자에게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이 단순화라고 역설한다.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단 한 줄로 적고 있다. '단순함이 더 많은 것을 표현한다' 다시 말해 조금 모자란 듯이 비워둔 여백 그것이 훨씬 더 많은 상상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에다 교수가 주장하는 단순함은 극단적인 단순함이 아닌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군더더기를 없애는 단순함을 의미한다. 극단적으로 분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짧고 강력하게 핵심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키워드임은 분명해 보인다.
디지털 시대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개념은 '신뢰'다. 신뢰란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을 뜻하며 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 '신뢰(Trust)'라는 단어는 독일어 '편안함(Trost)'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믿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 간의 관계의 질을 뜻한다. 사람이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때는 상대방이 자신의 예측 또는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이다. 즉, 불안감이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말한다. 이렇게 보면, 신뢰란 '어떤 사람이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이라 할 수 있으며 한 사회의 신뢰 수준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성장에 서는 물질적 자본, 인적자본에 이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신뢰가 전제돼 사람들 사이를 협력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를 따르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거 기차를 타면 승무원이 승객을 대상으로 차표에 펀치를 뚫었고, 무임승차를 적발하기 위해 객차를 돌며 구매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는데 이런 일들이 불과 30년 전까지 실제 실행된 일이다. 막대한 시간 낭비와 많은 승무원이 필요하고 승차표를 인쇄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오늘의 우리 사회는 승차표를 펀치로 뚫지도 않을뿐더러 부정승차를 감시하지도 않으며 승차표를 온라인으로 발행해 엄청난 비용과 인력의 낭비 요인을 없앴다. 적어도 부정승차는 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며 이것이 '사회적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른다. 또 하나의 예로 카페 등에서 노트북을 놔두고 자리를 비워도 훔쳐가지 않는다. 혹자는 CCTV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볼 때, 우리는 '사회적 자본'이 이미 형성됐고, 신뢰도가 성숙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자본이 잘 형성돼 있고 후진국은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신의 늪에서 허덕이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 하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이렇듯이 디지털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개인은 물론 기업, 사회, 또는 국가가 직면한 문제들인 핵심기술의 개발, 단순함과 간편함, 신뢰 자본의 형성, 공간적 변화 대처 등의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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