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정보에 둔감해서는 시류에 뒤지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많다. 살아가면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정보와 세상 물정에 밝아야 한다. 또 민심의 동향이나 나도는 풍문에 눈과 귀를 열고 살아야 한다. 무시하지 못할 정보도 동네 이발소에 가면 어렵지 않게 얻어 낼 수 있다. 이발소는 주변 이런저런 사람들이 온갖 정보와 세상 풍문을 다 가지고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영업용 택시를 타고 기사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의외로 다양한 정보와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들을 수 있다. 전국도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수시로 만나는 분이 택시기사이기 때문이리라.
수일 전에 우연찮은 일로 수원을 갔다가 영업용 택시를 탄 일이 있었다. 30분 정도의 무료한 시간이라서 택시 기사와 세상사는 얘기를 주고받는 일이 있었다. 택시 기사의 얘기는 재미도 있었지만 마음에 와 닿는 게 많았다. 그는 내가 자신의 얘기에 경청하는 낌새를 알았는지 자기도취에 빠져 있는 듯했다. 얘기는 들을수록 솔깃하여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과 얘길 하다 보면 역시 얻을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을 키우는 우리 부모들이 가정교육을 하는데 참고가 될까 해서 대략해서 적어 본다.
기사 아저씨는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라고 했다. 그는 집이 가난한 데다 학력이 좋지 않아 취직도 못하고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아버지 채소 장사하는 일을 도왔다고 했다.
어느 날은 바로 옆에서 장사하는 고추 장수 아저씨가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걸 보고, 아버지께 "아버지! 우리도 고추 장사를 하시죠" 했더니 아버지는 "고추 장사는 살 때도 거짓말을 하고, 팔 때도 거짓말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저울눈을 속인단 말이다. 그렇게 거짓으로 돈을 많이 벌면 그거 뭐하겠니? " 하셨다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 한 마디에 어떤 얘기도 못하고 아버지의 말씀대로 채소장사를 열심히 했다고 했다.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라" 하는 아버지 말씀을 실천하면서 살아온 기사의 이야기였다.
그 밖에도 그는 어린 시절에 도시락을 만들어 불우노인들에게 베푼 일로 신문에 보도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그는 착한 일을 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몸에 배었는지 그 자체가 기쁨이요 보람이었다고 했다.
그 후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택시 일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영업용 택시기사가 됐다고 했다.
택시기사를 하며 산 것이 큰 부자는 될 수 없어도 빚 없이 자기 집도 갖게 됐다고 했다. 게다가 자식들 공부 시키는 데도 별 문제가 없었으며 화목한 가정 꾸리고 평안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복은 아버지께서 주신 "거짓 없이 정직하게 살라는 말씀과 착하게 살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든 덕분이라 했다.
오늘 따라 "거짓말 하지 말고 정직하게 살라" 했던 기사님의 아버지 - 채소장수가 왜 이리 위대해 보이는지 알 수 없다. "바르게도, 의롭게, 착하게, 살라" 했던 변계랑의 시조가 왜 이리 가슴을 파고드는지 모르겠다.
내해 좋다하고 남 슬흔 일 하지 말며(내가 좋아 한다 해서 남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말며 )
남이 한다하고 의(義) 아니어든 쫏지 말니(남이 한다 해서 옳은 일이 아니거든 따라 하지 마라)
우리도 천성을 직희여 삼긴대로 하리라(우리는 타고난 성품을 지키며 생긴 대로 살아가리라)
우리는 사랑하는 자식을 위한답시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면서 돈과 권세와 명성을 얻는 출셋길이라면 인륜 도덕도 팽개치고 망나니 행세를 하는 새끼로 키우고 있지 않은지 맥을 짚어봐야겠다.
돈, 권세, 명성, 출세가 좋다지만 그걸 위해 아들딸을 철면피 족속으로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도 자문해 봐야겠다.
배추장수의 아들 기사는,
아버지께서 교훈으로 주신 '정직'과 '선행'을 씨앗으로 알고 그걸 열심히 심고 가꾼 것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안분지족(安分知足)을 선사했다고 했다.
'선행의 씨앗이 부메랑이 되다니' 심은 대로 거둔다는 게 진리가 아닐 수 없었다.
거짓 없는 정직한 행동거지로 선행을 베푼 삶이었으니, 과연 그런 씨앗에서 어떤 꽃이 피며, 어떤 열매가 열리겠는가!
심은 대로 거둔다는 부메랑의 진리에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었다.
간혹 욕심에 눈이 먼, 박사 학위 몇 개를 가진 정치가, 권력가들, 재벌가들도 탐욕으로 안분지족하지 못하고 사는 것을,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기사는 정직과 선행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 지족상락(知足常樂)으로 살고 있었으니 기사는 세상의 그 어떤 분보다 위대하고 복된 사람이어라!
어떤 돈으로도, 권세로도, 명성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지족상락을 즐기고 있었으니 채소 장사밖에 못했던 농부의 아들 기사는 그 어떤 박사나 돈보다도, 권세보다도, 기림의 대상이어라.
우리는 자식이 귀하고 장하다 해서 선악을 분별 못하는 색맹으로 키우진 않는지 자문해 봐야겠다.
우리는 새끼를 위한답시고 오냐 오냐 키워서 저밖에 모르는 짐승으로 사육하지 않는지도 체크해 볼 일이로다.
우리는 애들을 키우는 엄마 아빠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사는 것은 선(善)과 덕(德)이 없는 씨앗을 뿌리면서, 맹목적으로 복을 달라하는 파렴치한으로 살고 있진 않은지!
칭송받고 존경받으려는 욕심으로, 사람처럼 생긴 짐승으로 살고 있진 않은가!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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