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보] 대전 둔산신협 이사장 선거 날짜 변경 논란

2월 정기총회 두달 전인 12월로 앞당겨
"결산 공시 없는 선거 말도 안된다"는 반응
이사장 "이사회 합의 내용, 적법절차 이뤄져"

대전의 한 지역 신협이 이사장 선거를 두 달 여 앞당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신협 이사장 선거는 선거를 치르기 직전 해 연말 결산을 통해 성과를 보고한 이후 돌아오는 2월께 정기총회를 통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사회를 통해 12월로 날짜를 변경한 것이다.

22일 복수의 제보자 등에 따르면 대전의 둔산신협은 당초 2024년 2월 정기총회를 거쳐 이사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이사회를 통해 12월 말로 선거 날짜를 변경했다.

결의된 내용을 보면, 12월 1일 선거 공고일을 내고, 23일 이사장 선거를 치르도록 했다. 이사장 선거를 앞둔 지역의 다른 신협 등은 2024년 2월께 총회를 통해 선거를 진행하지만, 이처럼 선거일을 두 달여나 앞당긴 건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조합원 사이에선 올해 결산 공시 없이 총회와 선거를 분리 시킨 게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올해 조합의 수장인 이사장이 해당 신협의 살림을 잘 꾸렸는지에 대한 공시를 신협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이는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의 표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현직 이사장이 선거에 나설 경우 조합원이 평가할 수 있는 일종의 성적표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해 연도 공시를 내기도 전에 선거 날짜를 이사회에서 앞당긴 건 선거권을 가진 조합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상반기 공시만 나온 상태다.

해당 신협의 한 조합원은 "아직 공고가 나오지 않아 선거가 앞당겨진 걸 모르는 조합원이 더 많은데, 이렇게 결산 공시도 없이 선거를 앞당겨 치르는 건 성적표가 좋지 않기 때문이란 의심이 든다"며 "총회랑 선거를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두 차례 여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현직 이사장이 출마할 경우 경영상 평가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올 10월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들은 투표권을 잃게 됐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신협 조합의 선거권은 선거 공고일 3개월 이전까지 출자금 통장을 개설해야 주어지는데, 선거를 두 달 여 앞당기면서 10월 조합에 가입해 선거권을 가진 이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신협 측은 이사회 합의 사항으로 정당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이에 해당 신협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합의된 내용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이사 등 임원 등이 선거를 앞당긴 것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 합의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방원기 기자 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