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당연한 걸 당연하게 되돌린 데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법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대북 정찰 능력 제한은 북한이 도발하는 바로 그 순간, 죽은 조항이라고 간주해도 좋다. 비례의 원칙, 상대성의 원칙은 군사 부문에서는 더욱 포기해선 안 될 가치다.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사례에서도 이미 효력 정지 실행 필요성이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북한의 지금 행태를 보면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의 방어를 해야 할 처지다.
기존 합의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쏘아올리는 판에 우리 정찰기나 군용헬기 또는 무인기가 군사분계선 수십㎞ 영역에서 비행을 제한받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다. 군사적 위협 목적이 명료한데 우수한 감시정찰능력을 묶는 건 전략적으로도 지혜롭지 못하다. 평화로운 상황이 아니면 발효 불가의 하책이다. 남북 신뢰가 정착되고 다시 실행될 때도 마찬가지다. 대북 정찰 자산과 능력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인 건 불변의 사실이다.
일부 효력 정지를 놓고 우리가 먼저 남북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한 첫 사례라는 의미 부여만 하는 건 무의미하다. 지난 5년간 북한은 서해 완충 수역에 대고 110여 차례나 포 사격을 했고 몇천 번 이상 해안포문을 개방했다. 다만 일부 정지된 9·19 합의가 일정 부분 완충구역 설정 효과는 있었음에 유의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더 요동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효력 정지 범위를 확대하는 게 맞다. 국민 생명,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안보엔 양보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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