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
"과학기술정책은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효과가 중요하다. 학생들이 불안을 느끼고 기피한다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는 진보할 수 없다."
11월 13일 열린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국회 토론회서 대학생들이 한 말을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공계를 선택해 대학에 간 이들은 앞으로 연구를 업으로 하는 진로로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가고자 하는 연구자의 길이 다른 것도 아닌 국가의 졸속 예산 삭감으로 혼란스럽다. 이 토론회를 함께 주최한 조승래 의원은 "대학생은 이번 R&D 예산 삭감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라고 했다. 대한민국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니 절망스러울 뿐이다.
국회가 2024년도 예산을 만지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2024년 대한민국을 운영할 예산이 확정된다는 의미다. 2023년 국가 R&D 예산보다 무려 5조 원 넘게 삭감되면서 연구 현장의 분위기는 처참하다. 미래 연구 인력이 흔들리는 마당에 당장 연구실을 지키는 이들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난도질당한 예산안을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R&D 예산이 무처럼 자르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실제로 벌어졌고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산이 삭감되는 과정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국가 R&D 삭감은 뜨거운 감자였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란 인식이 확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분위기는 좋지 않다. 예산을 얼마나 줄이고 늘릴지를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연구현장과 국민 인식을 알고 있다면서도 삭감한 R&D 예산을 회복시키는 데는 소극적이다. 야당이 증액하려는 일부 예산은 삭감된 액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당장 꼭 필요한 예산 일부를 증액하려는 움직임을 여당은 수긍하지 못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 방침에 반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더해 내년 총선을 인식하는 듯하다. 상대 당의 치적을 인정하는 게 싫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국가 R&D 삭감 문제는 내 것, 네 것 치적을 따지며 정쟁할 수 없는 분야다. 그래서도 안 된다.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불과 50여년 사이 세계 주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게 그 이유다. 과학기술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말은 잘 포장된 수식어가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현실 고증이다. 말도 못 할 혼란을 가져왔지만 이 혼란을 잠재울 기회가 있다.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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