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건양대 총장 |
환경문제는 사회가 지켜야하는 도덕적 규범이 아닌 산업 및 금융과 연결된 경제적 요소로 이동하고 있다. RE100, 탄소배출량 기준 Scope 3 확대 등 기업 탄소배출저감 노력은 직접적으로 기업의 원가 및 시장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청정에너지 확보 능력은 세계 234위로 경쟁사인 TSMC의 52위와 큰 격차를 보인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기업에 에너지 전환을 통한 청정에너지 확보를 독려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본질적으로 경제적 문제로 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기후행동 100+(CA100+)는 기업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기 위해 구성된 투자자 주도의 이니셔티브(initiative)다. 이들은 무탄소 노력이 진행되지 않으면 그린스완 즉, 기후변화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이 초래될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저탄소 생산구조 및 무탄소 전력에너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국가 수준을 넘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통한 협력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린스완을 염두한다면 기업의 ESG경영은 필수불가결적이다. 우리는 종종 ESG경영을 착한경영으로 해석하곤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ESG경영은 선관주의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한 관리적 책임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사회적 책임의 문제를 넘어서 기업의 본질적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는 것이다. 고객, 투자자, 정부 등 기업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기업의 환경 노력과 성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성과에 대하여 평가하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기업의 ESG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국내외 다양한 가이드라인 및 진단, 인증제도가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친환경 성과 유도를 위해 K-ESG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 이제 더 나아가 K-ESG 가이드라인을 해양선박분야, 건설분야, 항공분야, 전기전자 분야 등 산업의 특성, 규모 등을 고려하여 산업별 가이던스로 구체화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산업별로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에 국내 기업의 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국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ESG경영의 속도는 조정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우리 인류는 그린스완을 당면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기후변화가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 사회 전방위에 걸쳐 이러한 시대변화에 발맞춰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는 인재들이 ESG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대학은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ESG 철학을 심고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사회적 책임감을 넘어서 경제적 가치로써 ESG를 이해시키고, 사회경제적 일원으로서 역할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대학이 기업처럼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대학의 ESG 활동은 대학 내부에 있다기보다는 배출하는 인재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전환시키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김용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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