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16일 국회서 국가 R&D 예산 원상회복 촉구 농성에 돌입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연구노조 제공 |
20일 과학기술계와 여야에 따르면 국회가 이날부터 2024년도 예산안 증액심사를 시작했다. 정부안에 삭감된 R&D 예산을 회복시킬 수 있는 시기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는 앞서 11월 14일 예산안보다 8000억 원가량 증액해 의결했다. 정부안에서 첨단 바이오 글로벌 역량 강화 항목 등 1조 1600억 원을 감액하고 재편한 결과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결 직전 퇴장하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단독 처리한 것으로 R&D 예산 회복을 위한 여야 온도는 여전한 상황이다.
과학기술계는 국회 예산 심사를 R&D 예산 회복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하 연구노조)은 삭감된 예산 회복을 촉구하며 11월 16일부터 국회서 농성에 돌입했다.
연구노조는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삭감된 예산안의 원상회복을 주장하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밝힌 주요 골자인 학생연구원 장학금 확대와 예산 변화에 따른 기초연구와 출연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방안 강구는 애초 졸속으로 삭감된 예산을 원상 복원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버리고 조삼모사같이 연구 현장을 우롱하는 처사에 불과하다"며 "예산 삭감으로 인해 연구과제 참여 인력을 줄여 연구 현장을 떠나게 될 학생연구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이 어떻게 대안이 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R&D 예산 삭감은 연구 현장을 망칠 뿐 아니라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복구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히는 일"이라며 "이제는 국회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바로 세우기 위한 연구 현장의 간절한 외침에 화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앞서 11월 13일엔 대학생들이 예산 삭감 백지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KAIST 등 전국 11개 대학 총학생회와 5개 대학 학과 학생회로 구성된 3개 단체는 단체토론회를 열고 5대 요구안을 만들었다. 소통 없이 삭감한 R&D 예산안 백지화·원점 재검토를 비롯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R&D 예산 규모를 정부 총지출 5%로 유지하는 국정과제 이행과 과학기술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생·연구현장과 소통·협의체 마련, R&D 예산안 조정 과정서 학생·연구현장과 소통 등이다.
조현서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생회장(천문·우주 유관학과 공동행동 공동의장)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는 얘기를 정부에서 여러 차례 했는데도 왜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어떤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이 굳건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과기계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삭감된 예산이 전액 회복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여당과 대통령실의 의지가 중요한데 완전한 회복은 힘들어 보인다"며 "일부 회복이 된다면 급한 불은 끄겠지만 R&D 전체로나 산업적 차원에서나 틀림없이 분명 피해가 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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