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첫눈 내린 날 아침 단상!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첫눈 내린 날 아침 단상!

남계 조종국

  • 승인 2023-11-18 11:0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 첫 눈내리는 날에!

사람들은 왜 눈이오면 그렇게 들 기뻐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하는 것일까!

왜 눈이 오는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무슨 까닭일까! 지난 겨울부터 소설(小雪) 입춘(立春)이 다가오도록 내가 사는 동네는 다른 지역과 달리 눈이 내리지 않는다.

김광균 시인의 설야 (雪夜)란 시(詩)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겨울이 되어 하얀눈이 자주 내리는 것도 겨울 계절의 아름다운 모습이니 결코 탓할 일은 아니리라.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여가며/서글픈 옛 자취인양 흰눈이 내려/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내홀로 밤깊어 뜰에 나서면/ 머언곳 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이하 생략)

이 시에서 절정은 역시 <내 홀로 밤깊어 뜰에 나서보니, 눈 내리는 소리가 마치 먼 곳에서 여인이 옷벗는 소리와 같다>는 표현이다. 그 사각사각 눈내리는 발자국 소리를 여인이 옷벗는 소리와 같다고 표현한 이 시인의 감각도 로맨틱 하지만 그런 감각을 시로 옮겨 발표할수 있는 이 시인의 용기도 대단하다.

우리는 눈이 내리는 날 자기 자신이 낭만의 주인공이 되어 시처럼 내리는 눈을 멋있게 맞아줄 아름다운 시정(詩情)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눈이 내리는 날엔 대체로 보고 싶거나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게 우리네 보편적인 감정이다. 더구나 그 사람과 첫눈이 내리는 날에 어떤 약속으로 이루어진 추억이나 로맨스가 있다면, 그 뒤로도 첫 눈이 오는 날은 더 가슴이 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사람과 같이 살거나 함께 있지 않다면 첫눈이 올때 그 사람이 더 그립거나 더 만나고 싶은게 인간의 상정 이다.

항상 인기가 절정인 진성의 노래 <안동역에서>의 가사중 1절만 감상해 보자.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이었나/첫눈이 내리는날 안동역 앞에서/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안오는건지, 못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오지 않는 사람아/안타까운 내마음만 녹고 녹는다./기적 소리 짙어진 밤에…

이 노래의 가사에서도 두 사람은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 했지만 결국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다가 밤늦게까지, 다시 말하면 그날 낮부터 시작해서 기적소리가 짙어지는 밤까지 기다림에 지쳐 이런 가사가 나왔고 그 가사로 가수는 열창, 이 노래에 그 날 주인공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기다림의 미학은 한쪽은 나오고 한쪽은 나오지 않는데 있다. 두 사람이 다 서로가 별로 기다리지도 않고 제 때 만나서 행복하게 웃고 맛있는 것 먹고 실컷 즐길 만큼 즐기다가 헤어졌다면 안타까울 일이 하나도 없고 이런 가사나 노래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문학작품이 대체로 그러 하지만 두 사람이 잘 만나서 아무 갈등도 헤어짐도 없이 잘 먹고 잘 살다 거의 같은 날 저 세상으로 잘 떠나 갔다면 그런 작품은 우리들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한다.

<안동역에서>의 가사처럼 한 사람은 기다리고, 한 사람은 나오지 않고, 그래서 그리움은 커지고 밤 늦게까지 기다림의 아픔에 울고 있을 때, 이런 가사가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 아닌가. 또 그런 가사가 우리네 심금을 울리면서 이 노래를 부른 주인공인 진성씨도 일약 유명 가수로 부각된 게 아닌가 싶다.

눈 내리는날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예가들이 즐겨쓰는 서산대사 (西山大師)의 다음 오언절구(五言節句) 시(詩)도 생각난다.

담설야중거 踏雪野中去/불수호란행 不須胡亂行/금일아행적 今日我行跡/수작후인정 遂作後人程(눈 덮인 들길 걸어갈 때에 행여 아무렇게나 걷지말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후세인들에게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시에서는 꼭 눈에 덮인 들길을 걸어갈 때 걸음 걸이를 조심하라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인생의 무슨 길(일)이나 그길 을 걸어갈 때 잘못을 저지르면 우리 뒤를 따르는 후배나 후학들이 선배의 전철을 본뜨게 되니 무슨 길보다는 오히려 무슨 일이든 바르고 참되게하라는 교훈이 담겨있다고 본다.

사람이 하는 일이 곧 그 사람이 살아가는 걸어온 길과 비유됨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어느 해보다 지난 겨울에 우리 대전에는 눈이 내리지 않은 편이니 눈 오는 날의 낭만, 눈 오는 날 연인과의 만남, 그리고 눈길과 인생의 바른길 등을 잠시 마음 깊이 새겨 잠겨보게 하는 첫눈 내리는 날 아침이구나!

남계 조종국

사본 -조종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추석 기름값 부담 덜었는데, 왜 충청권만 비쌋을까?
  2. 뉴 라이프 웰니스 유성온천!
  3. 학교 당직근무자 열악한 처우 개선 촉구 "명절만이라도 모두가 평등해야"
  4. 대전서부교육청 "전문상담사도 수퍼비전으로 마음 챙겨요"
  5. 경쟁사를 압도하는 제안서 작성법은?
  1. '아~대전부르스·못 잊을 대전의 밤이여' 대중가요 속 이별과 그리움의 대명사
  2.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3.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4. 산에서 함부로 도토리 주우면 안된다
  5.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헤드라인 뉴스


`응급실 뺑뺑이` … 대전 구급대 이송거리·시간 폭증

'응급실 뺑뺑이' … 대전 구급대 이송거리·시간 폭증

최근 의료대란으로 인해 대전 소방본부 구급대의 현장-병원간 이송거리와 시간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영등포갑)이 소방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대전에서 현장-병원간 이송거리 30km를 초과하는 이송인원은 449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70명에서 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체 이송 인원 대비 비율은 지난해 0.59%에서 올해 1.80%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61명에서 올해 362명으로 그 비율은 2.7배 이상 늘었다. 응급실..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지난해 지방세를 1억원 넘게 안 낸 고액 체납자가 대전에 69명이고, 이들이 안내 총 체납액은 2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은 33명·78억원, 충남은 111명·241억원, 충북은 70명 1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지방세 체납액 규모는 ▲2021년 3조 3979억원 ▲2022년 3조 7383억원 ▲2023년 4조 59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체납자 상위 0.6%가 전체 체납액의 49.1%를 차지하는 것으로..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매달 4억이 넘는 월세로 논란이 됐던 성심당 대전역점 매장 월 수수료가 기존과 비슷한 1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전보다 과하게 높아진 월 수수료 탓에 철수까지 고심하던 성심당은 이번 모집 공고로 대전역점 계약 연장의 길이 열렸다. 18일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최근 대전 역사 2층 맞이방 300㎡ 임대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이전까지 5차 공고를 했으나 모두 유찰되면서 입찰 기준을 변경했다. 월평균 매출액 기준액은 22억 1200만 원으로, 월 수수료는 매출 평균액의 6%인 1억 3300만 원이다. 이는 기존 월 수수료 4억 410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