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향기로운 벗 2, <세한삼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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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향기로운 벗 2, <세한삼우도>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3-11-18 11: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0월 16일 중도일보 온라인판에 올린 글을 통해 옛사람이 생각했던 좋은 친구를 사자성어로 살펴보았다. 그 중 지란지교를 추사 김정희의 <선면지란병분> 감상으로 음미한 일이 있다.

지란지교와 같이 좋은 벗의 표상으로 식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잘 알려진 추사의 <세한도>는 추사가 제자 이상적의 성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한 것이자, 자신의 일편단심, 절개와 지조를 표현한 것으로 회자된다. 세한이란 화제는 <논어> 자한편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에서 따왔다. 핍박이나 고난이 닥쳐야 비로소 그 지조의 일관성, 인격의 고귀함이 드러난다. 이른바 의로움, 지조가 좋은 친구의 바로미터였던 것이다.

추운 겨울의 세 친구, 세한삼우(歲寒三友)도 있다. 송죽매(松竹梅)를 일컫는다. 소나무는 사시절 푸르다. 대나무는 거기에 빠르고 곧게 자라는 특징이 있다. 혹독한 추위에도 푸른 그 빛을 잃지 않는다. 십장생에도 포함된다. 십장생은 열 가지 수명이 긴 사물이다. 긴 수명은 불변의 상징이기도 하다. 매화는 꽃피는 봄에 앞서, 잔설사이에서 은은한 향기 담은 꽃망울을 터트린다. 대나무와 매화는 사군자에 속한다. 사군자는 덕과 학식을 갖춘 사람의 인품에 비유되지 않는가? 거기에 소나무가 더해진 것이다.

윤선도(尹善道, 1587 ~ 1671)는 시조 <오우가(五友歌)>에서,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을 벗으로 삼는다고 한다. 첫 연에서 다섯 벗을 지목하고, 2연부터 하나하나 그 덕성을 찬양한다. 깨끗하고 그침이 없는 물, 변치 않는 바위, 눈서리 모르는 소나무, 곧으면서 속 비우고 사계절 푸른 대나무, 어둠속에서 광명으로 만물을 다 비치면서 말없는 달이라 노래한다. 좋은 친구의 조건으로 부단·불변·불굴·불욕·불언 등을 내세운 것이다.



우리 원예의 고전이라 할 <양화소록(養花小錄)>을 지은 강희안(姜希顔, 1417 ~ 1464)은 꽃과 나무를 9품으로 분류했다. <화암수록(花庵隨錄)>을 지은 유박(柳樸, 1730 ~ 1787)은 '화목구등품제'로 꽃과 나무를 9등급으로 나누어 기술했다. 강희안의 1품과 유박의 1등급은 매화, 국화, 연, 대나무, 소나무로 동일하다. 2품부터는 서로 다르다. 두 사람 모두 오랫동안 꽃과 나무를 가꾸고 감상했다. 그 체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평가한 것이다. 으뜸 품격이 삼우, 사군자, 오우가에 모두 등장한다. 연만 추가 되어있다. 다시 말해 덕망과 학식, 기상과 절조가 옛사람의 선망이었던 것이다.

양동길
세한삼우도
사군자나 십장생과 같이 세한삼우 역시 많은 화가가 소재로 채택하였다. 그림은 고려말의 화승 해애(海涯)가 그렸다는 <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 131.6 × 98.8cm, 견본수묵)>로 일본 교토 묘만지(妙滿寺)에 소장되어 있다. 해애에 대해 국내에는 전하는 바가 없으며, 일본의 『고화비고(古?備考)』(권50)의 조선서화전(朝鮮書?傳)에 그의 이름과 작품이 등재되어 있다 한다. 해애는 제시만 남겼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굳이 이 그림을 선택한 것은 전하는 우리 세한삼우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상태가 좋지 않아 아쉽지만, 빼어난 표현은 느낄 수 있다. 아래 바위사이에서 솟은 소나무 두 그루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좌우에 매화와 대나무가 어울렸다. 뜻을 되새기며 음미해 보자.

내년 총선에 앞서 정치계가 이합집산으로 시끄럽다. 자리에 어울리는 덕망, 인품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다. 학식, 전문성은 있는지 궁금하다. 신념, 절조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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