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 전경 |
전문가들은 부실한 공연 준비와 관장의 리더십 부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대전시 사업소라는 한계, 불안정한 조직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도일보 2023년 11월 14일자 3면 보도>
16일까지 취재결과, 11월 8일 제작 오페라 '운명의힘' 하루 전 돌연 취소 사태에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13일부터 감사에 들어갔고, 같은 날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창작오페라 공모 사업과 아르바이트 갑질 문제 등이 불거졌다. 최근 직원들의 연이은 퇴사와 재계약 불발 등에 김덕규 관장의 리더십 부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예당은 사태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됐던 창작 오페라 공모사업의 경우 가까스로 선정 단체 2곳과 계약을 성사해 12월 말 공연을 확정하게 됐다. 앞서 논란이 된 제작오페라 '운명의힘' 취소 사태는 대전시 고문변호사의 법률자문을 받아 문제의 업체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논란이 된 공연 취소 사태의 주원인은 전문성 평가가 필요함에도 대전시 회계과의 적격심사 관행으로 부실 외주업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애초에 예당의 공연 늦장 준비로 '협상에 의한 계약'이 불가능했으며, 외주업체 관리 미숙으로 문제가 생긴 것도 한몫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중장기적으로 예당의 운영체계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선 하루 전 취소 사태는 대전시 사업소라는 한계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법적으로 예산 2000만 원이 넘으면 예당의 수의계약이 아닌 대전시가 용역 입찰을 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페라 무대 세트제작이라는 특수한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임에도 계약과 기획, 관리 주체의 이원화로 인해 벌어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의 안정성을 위해 예당 독립화 주장은 꾸준히 나왔었다. 티켓 수입이 시에 귀속되고 외부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어 재정자립도가 낮고 인사권이 없다 보니 5년 임기제 공무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예당이 주최한 개관 20주년 토론회에서도 법인화 등 운영체계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독립적으로 공공 공연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대부분의 직원이 5년마다 재계약 문제에 직면하고 관장도 2년마다 바뀌면서 조직개편 빈도가 잦아 전문성과 안정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는 "공연이라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관련 규정을 따르다 보니, 설비업자가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계약은 대전시가 하고 공연기획은 예당이 하다 보니 책임 떠넘기기 문제도 발생했는데, 구조적인 문제와 체질개선을 논의해볼 때가 왔다"고 말했다.
대전문화계 관계자는 "20년 동안 시 직영 사업소로 안정적인 예산 지원을 통해 경영했다면 앞으로는 타 시·도와의 경쟁력과 차별성 면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운영형태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관객, 연령층, 장르에 따라 그때그때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지만, 직영사업소라 능동적으로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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