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KIT) 부소장 |
과속 단속, 하이패스, 아이스크림, 커피, 엘리베이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언뜻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모두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 점점 사람이 사라져가는 가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권과 이용료를 주고받던 시절에서 하이패스로 쉽게 통과하는 시대가 되었고, 커피를 정성스럽게 내려주는 시대에서 자동판매기나 로봇이 커피를 내어주는 상황이 정착되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고,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이러한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출장길에 간단한 점심을 위해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는데 자동주문 키오스크 앞에서 노부부가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노부부는 주문을 하지 않고 매장을 나갔다. 내 차례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필자는 평소에 나름 '얼리 어댑터'라는 소리도 듣고 각종 전자기기를 잘 다루는 편이었는데 업체마다 다른 방식의 키오스크 앞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찌어찌해서 주문을 무사히(?) 마치기는 했지만 자동화 방식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었다.
일상생활이 이런데 과학 분야는 어떨까? 최근 인공지능 열풍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챗지피티(Chat GPT, Conversational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살펴보자. 대화형 인공지능 시스템인 챗지피티는 간단한 질문부터, 작문, 정보검색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각종 포털에서도 이러한 인공지능형 문답 및 정보검색이 가능한 시스템을 속속 출시하고 있어 접근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제로 대학 리포트나 번역, 작문 등에 이러한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어 창작 능력이 상실되고 고민 없이 쉽게 작성되는 과제물을 걸러내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비약된 이야기지만 창작 관련 직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한다. 처음에 챗지피티가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명석함과 신속한 정보제공에 놀라고 격찬했다. 필자도 시험 삼아 여러 정보검색을 해보았는데 단순한 단답형부터 서술형 정보까지 자세히 제공하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검색을 거듭할수록 제공되는 정보에 의구심이 들어 두세 번 재확인한 적도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것인가?
대화형 인공지능 시스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실수나 오류를 쉽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수십 초 전에 진지하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는데, 사용자가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하면 금세 다시 확인하고 잘못을 인정한다. 물론 데이터베이스의 한계성과 정보의 방대함으로 오류를 전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되면 황당한 답변을 사실로 굳게 믿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의 생활은 더욱 편리해지고 있고, 손쉽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풍요롭고 안락한 삶의 시대를 누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 자동화 시대가 빠르게 정착되어가는 상황에서 아무런 질문도 할 수 없고 앞뒤로 가는 버튼만 있는 키오스크 앞에서 우리가 외치고 싶은 말은 '거기 누구없소?'가 아닐지.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KIT)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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