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에서 과학이나 이성의 틀을 깨는 과정 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인물들은 곧장 새나 물고기, 고양이 등과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사람이 사는 집 지하의 동굴이나 틈은 바로 신비로운 자연으로 이어집니다. 지하철이나 옷장처럼 현실과 상상의 확실한 경계가 있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와 다릅니다. <나니아 연대기> 속 동물과 자연이 의인화된 것인데 비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오히려 인물의 자연화로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은 교훈을 가르치는 위대한 스승이기보다 인간의 출발점이자 근원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니 뭔가를 잘 배우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구조가 아니라 떠나왔던 근원지로의 복귀 자체가 주제입니다.
전작들이 초등학생이거나 그 이전의 아이들과 동물들이 자연 속에서 교감하는 동화적 스토리인데 비해 이 작품은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접어드는 소년의 정체성 찾기와 혼란스러움을 그려냅니다. 자연물들 역시 유년기 아이들에게처럼 친밀하거나 다정하지 않고 뭔가 공포와 의문으로 다가옵니다. 응전해야 할 도전입니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오게 된 아버지의 고향의 상황 역시 그에게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아버지의 새로운 여자는 이복동생을 임신 중입니다. 자연의 대변인 격인 왜가리가 때로 공포스럽게 또 때로 신비롭게 그를 종용합니다. 으레 청소년기의 용기라면 현실과 미래를 향한 것인 데 비해 작품 속 주인공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거를 향한 것입니다. 또 현실을 떠받치는 상상과 인간 세계의 근원인 자연 속으로 끌어들이는 집요한 마력이 그에게 작용합니다. 거기서 그는 정체성의 근원을 만나야 합니다.
제목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원작 소설과 같지만, 세상을 향한 감독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과거 회귀와 문명 비판의 세계관에 대한 옹호입니다. 필자에게는 신카이 마코토 등 새로운 일본 애니메이션의 흐름에 대한 의문으로도 읽힙니다. 자연 판타지와의 불화, 그리고 도시화 문명화된 현실 속 자아를 직면하도록 하는 주제 의식에 대한 반문으로 말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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