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욕망의 덩어리: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욕망의 덩어리: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조상영 미술학 박사(미술작가·평론)

  • 승인 2023-11-15 09:00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1115085010
조상영 박사
'욕망'은 긍정적으로 말하면 무엇을 하고 싶거나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 목표, 희망 같은 것이다.

우리 현대인들에게 욕망은 무엇일까? 삶의 긍정적 에너지일까? 아니면 공허한 푸념을 안기는 실체 없는 바람 같은 것일까?

그래서 욕망을 사람이 가진 최고의 힘이며 최악의 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스탠리 쿠니츠’는 인간 삶의 원동력에 대해 '첫째도 욕망, 둘째도 욕망, 셋째도 욕망'이라고 했는데, 욕망은 인간에게 양날의 검일 수 있다.



그 욕망은 어디에서 왔으며, 왜 우리 몸 안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깡’은 인간에게 욕구, 요구, 욕망이 있다고 보았다.

이 중 욕구에서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욕망이 발현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주체적인 욕망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라깡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결론지었다.

머리가 띵해진다. "내가 내 욕망대로 살아가는 데 왜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것일까?."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관찰해보자! 내 주변의 모든 것이 '타자의 욕망'으로 가득한 것에 놀랄 수밖에 없다.

욕망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린 자녀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은연중에 부모가 원하는 학교와 진로, 직업을 갖도록 흐름을 만들어 종용한다.

그리고 다양한 쇼핑 앱으로 물건을 사거나 OTT(Over The Top)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욕망의 덩어리가 된 듯하다.

어찌 보면 내 인생은 부모나 대기업,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게 나 스스로에 의해 결정되어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시스템들이 은연중에 작동되어 자신의 무의식은 슬그머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낀다.

특히 정부나 대기업 등에서 만든 다양한 시스템과 콘텐츠들, 직장에 고용된 후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들은 따지고 보면 대통령, 고위직 공무원, 전문가들, CEO 등이 만들어 놓은 타자의 욕망을 위해 움직이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라깡은 어떤 무엇인가를 했을 때 자신의 욕망이 채워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환상'이라고 말한다.

‘장 보드리야르’도 욕망하는 세상을 보며 '토끼'를 '쥐'라고 이름 붙이면 쥐가 되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거짓 현실에 노예가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했다 사라졌다. 많은 사람은 다양한 음식과 돈, 명예와 쾌락을 맛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슴 한가운데 뻥 뚫린 허무의 공간을 지닌 채 살아갔을 것이다.

이 공간은 블랙홀 같아서 그 어떤 무엇을 가져다 가득가득 채워도 메꿔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욕망의 공간을 늘리기 위해 그 무엇을 채우려 동분서주한다. 그렇지만 채울 수 없다. 결국 ‘팡세’가 말했던 '신 없는 인간의 비참함'에 빠지게 된다.

‘장 자크 루소’도 "욕망은 우리를 자꾸자꾸 끌고 간다.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간다. 우리의 불행은 거기에 있다"고 했는데, 라깡 역시 '욕망은 충족될 수 없다'고 말하며 단지 계속 만들어지는 욕망의 과정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결국 인간은 끊임없는 욕망을 갈급하다가 '대타자의 욕망'으로 이동하게 될 뿐이다. 우리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조상영 미술학 박사(미술작가·평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