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찾은 대전 동구의 한 원룸촌. 건물 1층 창문에는 외부 침입을 막아 줄 최소한의 방범 장치조차 없었다. (사진= 민수빈 수습 기자) |
임 씨는 "집 근처에 노숙인이 많이 보이고, 가끔 집을 뚫어지게 보는 분들도 있어 무서웠다"라며 "항상 뒤를 살피며 집까지 뛰어가게 되고, 창문이 잘 잠겼나 수시로 확인한다"고 호소했다.
14일 오전 10시께 대전 동구 원룸 밀집 지역을 찾아가 보니, 외부 침입을 막아 줄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없는 주택이 곳곳에 있었다. 이곳에선 지난 10월 창문을 통해 홀로 사는 여성의 집에 여러 차례 들어가 물건을 훔친 20대 남성이 검거됐다.
현장은 층고가 낮은 주택이 밀집돼 있어 대부분 건물 1층은 방범창이 없는 경우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해당 구간에는 범죄에 취약한 주택이 많음에도 셉테드(CPTED 범죄예방환경설계) 조성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거주자들을 보호할 장치라고는 방범용 CCTV 하나뿐이었다. 그마저도 큰 길가에만 설치돼, 골목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엔 부족했다.
같은날 방문한 갈마동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 역시 창문 밖엔 방범창이 설치돼 있지 않은 채 외부에 노출 돼 있었다 . (사진= 민수빈 수습 기자) |
갈마동에 거주하는 문서연(23)씨는 "지금 사는 집도 침입을 막아줄 창이 없다"라며 "창문 열기가 무서워서 매일 문을 닫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전 원룸촌에서 여성 혼자 사는 점을 노려 집에 침입하는 범죄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인 가구 거주비용이 높은 원룸촌이 범죄에 취약한 만큼 치안 강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인공지능(AI) 범죄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 프리카스(Pre-CAS)를 통해 예측한 결과 대전에서 범죄 고위험구역이 많은 지역은 봉명동, 갈마동, 대흥동 등 1인 가구 수가 많은 곳이다.
지자체와 경찰은 범죄 예방을 위해 원룸촌 대상 환경 개선 사업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 크다.
실제로 여성안심귀갓길로 선정된 가양동, 갈마동 일대를 확인해보니 설치된 바닥 조명이 훼손되거나 위급 상황 때 도움을 요청할 안심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원룸촌 치안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범죄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자의 행동 유발을 억제하는 요소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며 원룸촌은 집중적인 순찰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라며 "CCTV 설치를 확대한 뒤 관련 문구가 눈에 잘 보이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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