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전통 숭조돈목의 정신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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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전통 숭조돈목의 정신을 되새기며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승인 2023-11-14 11:13
  • 신문게재 2023-11-15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민병찬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매년 가을의 끝자락에서 입동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시제(시향)는 묘제로서 보통 음력 9월 말부터 10월 초나 중순에 묘 앞에서 거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는 이 시제가 거의 사라진 반면 정초. 한식. 추석 등 집에서 거행하는 다례일에 묘에 가서 제물을 진설하여 올리는 형태, 즉 성묘제의 형태로 변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시대 영조(英祖) 이후에 허용된 일반인들의 기제사의 4대 봉사에서 단대봉사로 간소화되었으며 또한 도시적인 생활의 편리성에 의해 제사 시간이 초저녁으로 앞당겨지며 3헌으로 규정된 헌작이 자녀 순과 그 수내로 많아지는 경향과 신주가 사진으로 축문이 한글로 곡이 읍으로 바뀌었을 뿐, 기제 일련의 절차는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사자와의 관계도 서구적인 단절 관계가 아니라 영적 교차관계로서 기제, 성묘제 라는 형식을 매개로 하여 연속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요동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 예법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제례의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 하여 금기로 여겼다.

특히 해방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한국 문화의 변화는 조선 500년간의 변화보다 더 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앞으로의 변화 역시 예측 불가능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유교적 전통에서 무엇보다 중요시되었던 제사 및 시제는 이제 그 원래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사당 등을 통해 신주를 모시고 있었기 때문에 조상신이 일상생활에서도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교에서는 죽은 조상도 일상생활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알례, 출입례, 고사례 등을 통해 조상신을 마치 일상생활에서 살아 있는 어른을 대하는 것과 똑같이 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아파트, 양옥이라는 주거 환경이 변화로 신주를 받들어 모실 공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활 패턴의 변화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신주를 모시지 않고 지방으로 조상신의 상징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조상신은 단순히 기일에 왔다가 가는 정도의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이러한 조상신의 관념 변화는 제사에 대한 인식과 관념을 변화시키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하면 가족 성원으로서, 그리고 집안의 어른으로서의 조상신이 아니라 자신의 선조였지만 이제는 가족 개념의 조상신에서 추모의 대상으로 그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생활 패턴은 농경 사회처럼 기제사, 사시제 등을 위해 시간을 내는 일이 어렵게 되었다. 즉 일주일을 단위로 직장 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 제사를 위한 개인의 시간보다는 직장의 의무가 우선이 되는 생활 패턴으로 바뀌게 되에 따라 시제라는 집안의 일보다는 직장의 업무가 우선시 되면서 제사는 개인의 시간 스케줄에서 당연한 듯 뒤로 밀리고 있다.

농업을 주된 경제활동의 토대로 삼고 있었던 전통 사회에서는 모두가 경영자였으므로 시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그러므로 기제사나 기타 제사의 참여를 위한 시간 내기가 가능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매인 몸'의 위치로 인해 제사 및 시제를 위한 휴가나 결근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제사 및 시제는 자연히 여가가 있을 때 행하는 일이 되어 버렸고, 명절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매우 중요하게 남아있는 제례 관행에 나타나는 전반적인 변화는 형식과 절차에 있어서는 간소화되고 시대 상황에 맞추어 편리해졌다는 점 일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제례를 행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해진 제도는 그저 기준이 될 뿐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제례 문화는 시대에 맞게 간소화 시키고 불필요한 요소를 버림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잘 살려 어느 가문이던 선대조로부터 이어온 숭조돈목 정신의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갈 때, 21세기의 급격한 세계화 속에서 그 독자성과 자립성을 유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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