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 교수 |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의 한두 가지 체육공약들은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장 최고의 공약은 체육 재정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인데 매년 국가 체육예산 대부분이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등의 사행성 사업을 기반으로 조성되는 국민체육진흥기금뿐이고, 국비는 전체 체육예산의 10%도 지원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며, 이것은 정부 예산의 0.3%에 불과한 것으로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체육재정이 부족한데도 문체부는 체육재정에서 문예진흥기금으로 매년 1000억 원씩 빼주고 있다. 차라리 그냥 국비에서 주라. 그러면 국비에서 체육예산 지원 비율은 0.1%가 된다. 2021년 정부의 체육예산은 1조7594억 원이었는데 그중 국비는 1636억 원뿐이었다. 2017년 자료에 의하면 정부예산 중 체육예산 비율은 유럽은 평균 0.7%였고, 헝가리는 2.5% 수준이었다. 국가 체육예산 비율이 형편없는 나라에서 올림픽 4위, 월드컵 4강을 이룬 건 기적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국가 위상에 걸맞은 '전문체육 지원 강화 공약'으로 스포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체육 환경을 개선하고, 국제스포츠 경쟁력 및 위상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한 약속이다. 지난 정부는 전문 선수들의 훈련 환경 개선에는 미온적이면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내세워 스포츠지도자들을 (성)폭력의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고, 합숙을 금지해 결과적으로 전문 학생 선수들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그 결과 운동부 해산, 선수 조기 은퇴, 선수활동 중단, 신입 전문선수 유입 위축 등의 사태를 촉발했다. 확대해보면 이러한 결과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3위), 2020 도쿄하계올림픽(16위, 일본은 3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3위) 등 국제스포츠대회에서 더 이상 일본을 이기지 못하는 수모를 겪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본다. 얇아진 선수층으로 국내용인 여자배구의 초라한 성적이 단적인 예다. 매번 문체부에서 도대체 혁신위 권고안이 왜 잘못된 것이냐고 물을 때마다 정답을 이야기해줘도 필자가 틀렸다고 말하던 사무관의 얼굴이 생각난다.
장미란 차관은 윤석열 정부의 체육 공약들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줘야 한다.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대한민국이 이제는 일본을 이기지 못하는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지금의 전문체육 선수 육성 환경 속에서 박지성, 김연아, 손흥민이 나올 수 있겠는지, 잘 살피고 실패하지 않는 차관이 돼 주길 요청한다. 또한 종목별 육성실태는 어떤지, 전문체육지도자들의 처우는 어떤지, 생활체육 지도자들의 생계는 어떤지, 수백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 스포츠클럽을 육성해서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나오겠는지, 이렇게 양성된 선수들이 과연 일본을 이길 수 있겠는지, 스포츠선수와 팀 육성에 이바지하는 기업에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지 등등.
다행히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체육행정 경험이 빈약함에도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체육인 2천여 명과 함께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이력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시선을 받았던 최윤희 차관을 기용했으나, 결국 전문체육이 역대급으로 추락한 결과를 가져왔던 뼈아픈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장미란 차관이 이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체육공약 이행 과정이 같은 연결선상에서 추진된다면 지방은 더 큰 동력을 얻게 된다. 체육시설이 전국 최하위권인 대전시와 세종시의 경우 더 절실한 도시가 될 텐데, 이장우 대전시장은 체육 선거공약 이행으로 현재 5개 구에 축구장과 야구장을 건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스포츠 인프라 확충 등의 체육공약 이행 정책과 맥을 같이 하지만 역시나 돈이 부족한 상황으로 사업이 위축되거나 편의시설이 부족하게 설치될 우려가 점쳐진다.
정부는 지역 스포츠 인프라 균형 발전 차원에서 공공스포츠 시설이 낙후된 대전과 세종에 스포츠 인프라 확충비를 더 지원해야 한다. 이것은 "스포츠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속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결국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이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된다.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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