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운치 있는 허풍, <삼인문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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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운치 있는 허풍, <삼인문년도>

양동길/시인,수필가

  • 승인 2023-11-10 22:5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과장(誇張)은 사물, 사건, 상황을 부풀리거나 축소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지만, 그보다 거짓이 더 섞이면 허풍(虛風)이라 한다. 실속이 없거나 믿음이 가지 않는 단계다. 거기에 거짓행태까지 덧붙이면 허장성세(虛張聲勢)가 된다. 더 지나치면 거짓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과장은 그래도 진실이 바탕이다. 강조하기 위함이거나 재미있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특히 신화, 전설, 민담 등에는 과장이 많다. 영웅담, 무용담에도 많이 섞인다. 중요한 것은 흥미 돋우기 위한 것임을 듣는 사람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믿으라고 말 하는 것이 아니다. 속이기 위한 것은 더욱 아니다.

허풍은 지나친 과장으로 진실이 거의 없는 상태다. 허풍을 일삼으면, 허풍선, 허풍쟁이라 한다. 이 정도 되면 대부분 믿지 않는다. 허풍은 두 가지 경우가 있을법하다. 우스개로 생각하거나 허풍임을 알 수 있는 것,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려는 악의적 허풍이다. 뒤의 경우 분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본인이 거짓말 하는지도 모르면서 허풍떨면 허언증 환자가 된다. 스스로 도취되어 아예 자신의 거짓을 진실로 믿는다.

대체적으로 사람이 탐하는 부, 명예, 권력, 세 가지를 가진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스스로 유명인이라거나, 재산이 많다거나, 지위 권력이 높다고 자랑한다. 또는 그런 것을 소유한 사람과 가깝다고 주장한다.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이 만든 허구가 진실이라 믿고 거짓 언행을 일삼는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이다. 오래전에도 언급한 바 있는데, 사회적 인격 장애인 것이다.



그런 인격장애자가 지난달 말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대기업회장의 혼외자로 재벌 삼세라거나, 유망 기업을 물려받았다 주장한다. 휴대폰 앱에 51조 잔고가 들어있다고 보여준다. 대그룹 모회장과 약속이 있다거나, 고가의 선물, 성전환수술 등으로 거짓을 덮으려 한다. 모두 믿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에 속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살다보면 잠깐 헛것이 보이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거짓을 말해도 안 되지만, 속아서도 안 된다. 더구나 거짓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미래가 없다.

삼인문년도
재미로 하는 허풍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림은 오원 장승업(五園 張承業, 1843 ~ 1897)이 그린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 비단에 채색, 152 × 69cm, 간송미술관 소장)>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기발한, 놀랍고 재미있는 허풍고사가 담긴 그림이다. 세 명의 신선이 만나 나이자랑 중이다.

'삼인문년'은 중국 북송의 종합예술인 동파 소식(東坡 蘇軾, 1037 ~ 1101)이 지은 ≪동파지림≫에 나오는 고사라 하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한 신선은 소년 시절 태고의 전설적인 천자(天子)인 반고(盤古)와 알고 지냈다고 하고, 다른 신선은 벽해(碧海)가 변하여 상전(桑田)이 되는 것을 볼 때마다 산(算)가지를 하나씩 놓았는데, 그 산가지가 이미 열 칸 집을 다 채웠다고 했다. 또 한 신선은 반도(蟠桃)를 먹을 때마다 그 씨를 곤륜산(崑崙山) 아래 버렸는데, 그 높이가 이미 곤륜산과 같아졌다고 하면서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다고 주장하였다.

반고는 중국의 시조이다. 시조와 알고 지냈으니 중국 역사이래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된다. 상전벽해는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하는 것으로 몰라보게 세상이 바뀐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오랜 세월을 의미한다. 한 번 바뀌는 것도 긴 시간인데, 바뀔 때마다 놓은 산가지가 열 칸 집을 다 채웠다는 것이다. 곤륜산은 도교에서 신선이 산다고 믿는 곤륜산맥을 일컫는다. 먹고 버린 복숭아씨가 쌓여 그와 같아졌다는 것이다. 얼마나 운치 있는 허풍인가?

장승업은 일자무식이었지만 조선의 마지막 천재화가로 불린다. 안견, 정선, 김홍도와 더불어 조선 4대가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림에 취한 신선으로도 불린다. 전설 같은 수많은 일화를 살피자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 보인다. 호방한 기질에 자유분방하여 어느 것에도 억매이려 하지 않았다. 권력이나 부, 여인도 그를 잡아두지 못했다. 일정한 거처도 없었다. 가히 신선 같은 삶이다.

정보가 무차별 공급되고 떠도는 사이버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가담, 거짓이 완벽에 가까운 진실로 재탄생될까 몹시 두렵다. 때로는 허풍도 즐겨야 하지만, 악의적 허풍이나 거짓은 아예 거들떠보지 말자. 생산 보급은 생각도 말자.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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