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당 전경 |
부실한 외주업체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고 하지만, 전국적으로 개막 하루 전날 갑자기 공연이 취소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예당을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중도일보 11월 9일자 2면 보도>
9일 취재결과, 대전예술의전당은 개막 전날인 7일 오후부터 개최 예정이었던 제작 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 예매자 1600여 명에게 공연 취소 안내 후 환불 조치를 하고 있다. 예당은 제작 오페라 공연을 내년으로 미루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문제의 외주 업체는 현재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대전예당을 바라보는 문화예술계 분위기는 싸늘하다. 전국적으로 공공 공연장에서 공연이 하루 전날 취소되는 경우는 전무 했던 만큼 이번 일은 '대망신감'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공 공연장으로서 신뢰가 실추됐다는 비판이 크다.
대전의 A 원로 예술인은 "상황이 어찌 됐든 공연 전날 개최를 취소한 것은 관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며 "통상적으로 공연이 지연되는 경우는 있어도 갑자기 취소하는 경우 없다. 상황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일주일 전에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예산 낭비도 불가피하다. 예당은 출연진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내년도 예산으로 공연을 재개최하기로 했다. 예당에 책임이 있어 출연진의 출연료는 지급해야 하고 내년 출연진 섭외 협상에 따라 출연료를 재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오페라 공연에 같은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서 제작 오페라 공연은 유명 오페라 연출가, 유럽에서 활동 중인 지휘자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제작진, 예술인이 참여해 관심을 모았었다.
공연 관계자 A 씨는 "지휘자의 경우 이번 공연을 위해 독일에서 오신 분"이라며 "출연진들도 외지에서 온 이들이 대부분인데, 스케줄 문제로 모두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당이 자체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취소 대신 무대의상과 조명 등 갖고 있는 소품만으로라도 공연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출연진 B 씨는 "외지에서 오는 관객분들도 있을테니 티켓을 환불하되, 스탠딩 콘서트라도 열어 관객들이 공연을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었다"며 "이렇게 하면 주요 세트가 없어도 주역들의 의상과 합창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제일 중요했던 3막도 이미 출연진들이 세트가 있을 거라고 가정하고 마킹을 하고 연습을 했기 때문에 조명과 영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규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취소가 아닌 소규모라도 올릴 수 있도록 대안도 생각했었지만, 연출자의 의견도 반영해 내년으로 일정을 미뤘다"며 "티켓 환불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관객들이 할인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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