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 |
사상 초유의 사태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무대 세트 제작을 맡은 외주 업체의 계약 위반 때문이라며 대전예당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예술의전당은 19번째 제작 오페라 '운명의 힘'을 8일부터 11일까지 아트홀 공연장에 올릴 예정이지만, 7일 오후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다. 외주를 맡긴 무대세트 제작업체의 기간 지연과 부실 제작에서 비롯됐다는 게 예당 측의 설명이다.
예당에 따르면, 해당 업체가 계약에 따라 11월 2일까지 무대 세트 20개 품목 납품 후 설치를 완료했어야 하지만 기한을 어기고 공연 예정일인 현재까지도 전체 세트를 납품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납품된 6개의 품목마저도 업체에서 규격과 재질, 방염처리 등 시방서에 따른 제작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예당은 그동안 제작 업체가 과업 기간에 대한 거짓을 반복해왔다고 말한다. 또 공연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고 법적으로 업체가 서면으로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상 계약을 강제로 해지할 수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예당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공문도 보내고 여러 번 연락도 했으며 직접 제작소를 찾아 갔었다"며 "제작 업체가 오늘 들어온다, 내일 들어온다며 납품일을 지키지 않고 거짓을 반복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제도적 한계로 전문업체를 구하지 못하거나, 부실업체를 가리지 못하는 것 역시 지적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해당 업체는 오페라 공연 무대세트 제작전문업체가 아닌 일반 공연 세트 제작 실적이 있는 전기 장비·조명·전시 업체다. 경기도 소재의 이 업체는 올해 9월 대전시 회계과에서 공고한 무대장치 제작설치와 철거 위탁용역 입찰을 통해 낙찰받았다.
당초 설계한 오페라 무대 세트 설치, 철거 진행에 따른 추정 가격은 1억 원 이상이었는데, 법적으로 예산 2000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 대전시 사업소인 대전예당이 수의계약을 하는 것이 아닌 대전시가 입찰 용역을 진행해야 한다.
당시 공고를 보면 '사업자등록상의 업태 또는 종목에 무대장치 또는 무대제작 등의 항을 포함해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자로서 입찰 참가 등록마감일까지 자격조건을 갖춘 업체'라고 자격 기준을 정해놨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은 오페라 무대 세트 제작 전문 업체가 아닌 일반 무대 제작 업체도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중기업이라 규모도 있었고 공공기관과 거래, 무대 설치 관련 실적도 있었다"며 "오페라 무대 세트 제작 전문 업체라는 실적 제한을 두려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시한 금액 이상일 경우 제한을 걸 수 있는데, 기준이 2억 2000만 원이다. 기준 금액보다 낮아 세부 자격 기준을 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전예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전예당에서 이렇게 공연을 취소한 적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공공공연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신뢰도 면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김덕규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안전상의 문제도 있어 공연 취소가 불가피했다"며 "우리만 겪는 아픔이 아니고, 서울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용역을, 공연을 주최하는 예당이 맡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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