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전력은 9일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계약물량이 300kWh이상인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kWh당 10.6원 인상하는 내용의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내놨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과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로 나뉘는데, 이번 인상 대상은 산업용(을)이다. 산업용(을)은 전체 245만 6600호의 0.2% 수준이다. 한전은 산업용(을) 요금도 시설 규모 등 요금 부담 여력을 고려해 전압별로 세부 인상 폭을 차등화했다. 산업용(을) 중 고압A(3300∼6만6000V 이하)는 kWh당 6.7원, 고압B(154kV)와 고압C(345kV 이상)는 kWh당 13.5원을 각각 인상한다.
한전은 전기요금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했으나, 물가와 서민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다만, 국제 연료 가격과 환율 추이 등을 예의주시하며 요금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혀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지역에선 한탄이 나오고 있다. 대전에 본사를 둔 한 제조업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소폭 상승에도 제조업은 공장 가동을 위해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정비 지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쓰는 중소기업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안올렸다지만, 추후 오를 여지가 충분하게 남아 한숨이 늘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계도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린 '핀셋 인상'이 아쉽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요금 인상이 한전 적자와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여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이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린 핀셋 인상이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에 부합되는지는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며 "'싼' 전기를 쓰고 있다는 오해를 받는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은 이미 10여년 전에 주택용을 넘어섰고, 지난해 9월에도 산업용에 최대 11.7원에 달하는 추가부담을 지운 바 있는데,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선 용도별 원가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요금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완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회는 "정부는 한전적자와 무관한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요율을 조속히 인하하고, 납품대금연동제에 전기료를 포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에너지 비용 부담이 높은 뿌리 중소기업의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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