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7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인상 및 이자 감당을 위해 약간의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 사장의 사장 취임 100일을 기념해 진행됐다.
한 사장은 장기간 운임요금 동결에 대한 기자단의 질문에 "2011년에 간선 운임이 오르고 지금까지 오르지 않고 있다. 올해도 못 올리면 12년째고 내년에는 13년째가 된다"면서 "반면 소비자 물가는 30% 가까이 올랐고, 최근 전철의 전기요금도 많이 올라 예전이면 1년에 4000억원에 못 미치던 전기요금이 올해는 6000억원이 나갈 것 같다. 또 인건비도 같이 오르다 보니 수선 유지비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장은 "그럼에도 철도공사가 최근 경영을 잘했는지 내년 정도면 영업이익을 좀 낼 것 같다. 용산 역세권 개발 등으로 부채를 줄일 계획도 있어서 아직 견딜 만하기는 하다"면서 "다만 영업이익뿐 아니라 현재 부채 20조원 중 금융부채 15조원에 대한 이자를 감당하려면 그만큼의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코레일 재정 적자는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만년 적자를 기록 중인 코레일은 2020년 무려 약 1조 2100억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21년에도 약 8880억원, 2022년에는 반기 기준 2940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237%에서 307%(2022년 반기 기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운임요금 인상이 필요해 보이지만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 물가상승 흐름 속에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검토 중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최근 뜨거운 감자다. '역마진 구조'로 인해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실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전력은 총부채가 200조원이다. 재무개선을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꼭 필요하다. 한국전력은 지속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가스공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스공사는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500%에 달한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중 1위다. 한전 부채비율(460%)보다 심각하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당장 정부는 8일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산업용 대용량 전기요금만 우선적으로 인상키로 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공공기관의 재정을 고려하면 결국 요금은 인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일반 가구,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의 부담이 상당해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코레일도 당장 요금 인상이 아닌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추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준비하겠다는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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