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소장 |
국외 관광은 환율에 여행을 많이 받는다. 일본의 화폐인 엔화의 하락(엔저현상)으로 인해 일본으로의 한국여행은 코로나19 이후 큰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엔저현상으로 일본인들의 한국여행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과거 IMF때 원화의 가치가 하락해 일본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던 것을 많이 기억하실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국제 여행은 정치적인 이슈도 중요하지만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다면 국내여행은 어떨까? 최근 세계적으로 코로나 시기에 증가한 자금의 유동성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이러한 고물가로 인해 고금리 정책이 미국을 필두로 지속하고 있으며, 끝나지 않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 전쟁이 지속되면서 유가를 시작으로 한 고물가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에는 요원해졌다. 이러한 금리의 영향이 물가에서 기인하지만, 고물가는 다시 우리 관광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기사에서 만년 국내여행 1등이었던 제주도가 여름휴가지 만족도 4위로 주저앉은 통계를 접한 적이 있다.
여행 조사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는 2016년부터 매년 9월 만족도 결과를 발표한다. 2023년 전체 2만 5000명 중 6~8월 사이 1박 이상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고 응답한 1만 7281명을 대상으로 광역시·도별 만족도 조사 결과, 이번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국내 관광지 1순위'로 꼽히던 제주도의 위상이 추락해 4위에 머물렀다.
제주도는 723점(1000점 만점)으로 4위를 기록했는데, 제주도가 1위 자리를 놓친 건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여행자원 매력도' 부문과 청결·위생, 물가·상도의, 교통 '여행환경 쾌적도' 부문 등의 10개 항목을 비교 평가해 점수를 산출한 결과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바가지요금, 배짱 영업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제주도는 지난해 23점이 하락한 데 이어 올해 34점이 하락하면서 '톱3' 안에도 들지 못했다.
업체는 "비싼 물가 등과 관련한 부정적 평가가 반영되면서 제주도는 물가·상도의 평가가 전국 최하위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대신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준비 중인 부산이 1위에 올랐다. 부산은 평가에서 736점을 얻어 강원특별자치도(735점)를 1점 차로 제치고 최상단을 차지했다.
국내여행에서는 이제 고물가로 인해 여행에 대한 비용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성비가 높은 여행상품 또는 숙박시설, 음식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적은 비용에 높은 성과를 줄 수 있는 콘텐츠, 여행상품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과 함께 저렴하다고 모두 소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가성비의 기초적인 기조 안에서 가심비가 자리를 잡고 있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의미하는데, 무조건 저렴한 가격만을 선호하기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특정한 목적과 만족을 달성했느냐는 관점에서 가심비와 가성비가 상대적인 개념일 수도 있고 유사한 개념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여행에서 여행의 목적지와 상품, 일정, 먹거리, 숙소 등 다양한 것이 영향을 미쳤으나, 최근에는 가성비 즉, 가격대비 얼마나 좋은 품질을 제공 받았느냐와 가격대비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활동과 심리적 만족을 느꼈느냐가 중요해졌다. 올 초 코로나 이후 지자체마다 축제가 재활성화되면서 축제 음식 가격이 논란이 됐다. 최근 많은 축제에서 음식가격 물가를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사례 때문이다.
제주도의 사례에서와 같이 여행지에서의 물가가 만족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항목이 되고 있다. 관광지 또는 축제 개최지에서의 물가 관리, 바가지요금 근절이 관광도시로의 도약에 필요한 선결과제가 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박종진 여가공간연구소장(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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