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리그나 중국 슈퍼리그에도 더비매치가 있지만 서울-수원 매치 보다 흥미가 떨어진다. 서울-수원 슈퍼매치의 역사는 수원이 K리그에 참여한 90년대 중반부터다. 서울의 전신인 안양LG치타스가 K리그 최고 인기구단의 반열에 올라 있었으나 삼성을 모기업으로 하는 수원이 창단하면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안양과 수원 인접한 두 도시 간의 자존심 대결은 물론 LG와 삼성이라는 기업간 대결 구도가 겹치며 짧은 시간에 K리그 최고 흥행 카드로 자리 잡았다.
2004년 안양이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두 팀 간의 대결은 더욱 치열해졌다. 수원 팬들은 연고지를 하루아침에 이전한 서울을 '패륜'이라 부르며 날을 세웠고 서울 팬들 역시 물러서지 않고 받아치며 맞대응했다. 서울-수원의 매치가 슈퍼매치라 불린 것은 이때부터다. 두 팀이 붙는 날에는 국가대항전 수준의 구름 관중이 몰렸고 서포터간의 크고 작은 마찰도 일어났다. 경기 내용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선수들은 마치 투르크의 전사처럼 몸을 던져 경기에 임했고 팬들도 열정적인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역대 경기 기록도 누가 잘했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막상막하다. 최근 경기까지 두 팀은 111번 맞붙어 43승 30무 38패(서울 기준)를 기록했다. 이달 25일 두 팀은 올해 4번째 슈퍼매치를 치른다. 앞선 경기에서 서울이 모두 승리했으나 내용 면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박빙의 경기를 치렀다.
올해 마지막 슈퍼매치는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다. K리그 왕좌였던 수원이 최하위로 추락하며 강등 위기에 몰렸고 서울 역시 하위리그로 밀려나며 떨어진 자존심을 슈퍼매치 승리로 회복하려 하고 있다. 다급한 쪽은 수원이다. 최하위로 리그를 마친다면 수원은 '강등'이라는 치욕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더비매치는 라이벌전이라는 대결 구도 외에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스토리가 존재한다. 선수들에게는 잔인하지만, 팬들에게는 축구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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