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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한남대 명예교수 |
세계 여러 곳의 혁신지역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필자는 두어 달 전 '지역혁신을 위한 대학의 역할' 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지역과 지역대학이 상생발전 하는 운명공동체임을 주장하였다. 이는 바로 정부의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즉 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s & Education)사업과 같은 맥락이다. '지역혁신체제'에서 '혁신'은 지방의 기술과 제도를 고도화하여 경제와 사회구조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체제'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부 및 민간기관과 기업, 대학, 그리고 연구기관 등 혁신 주체 간 연계를 의미한다. 정부는 지역쇠퇴와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지방대학이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역혁신의 여러 주체 중, 특히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RISE 사업을 통해 대학을 중심으로 하되, 정부, 기술개발연구소, 기업 등이 참여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 방식도 크게 바뀐다. 2024년부터는 중앙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던 예산의 50%를 지방정부가 집행하게 한다. 이제 지방대학은 정부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부 못지않게 지방정부에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예산으로 관할구역 내 대학의 향방을 유도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당장 대학정책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각 지자체가 지역혁신 체제를 구축하여 대학이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RISE 사업을 갑자기 받아들여야 하는 지방정부와 대학에는 많은 책임과 부담을 안게 되었다. 그러한 변화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필자는 지방정부와 대학이 협력하면서 다음과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선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역에 맞는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대전은 4대 전략산업 위주로 지역혁신 체제를 제시하였다.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작성된 이 체제는 4대 전략산업 외 타 산업을 혁신체제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대전의 진정한 지역혁신을 위해서는 그 점이 보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4대 전략산업은 대전지역의 여러 산업 중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즉, 4대 전략산업에 포함되지 않은 산업은 혁신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그 체제가 상세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충청북도는 대학혁신지원센터를 설립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대전시는 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여타 산업을 포용하지 않은 지역혁신체제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가진 대학에도 혼란을 주고 있다. 대학에는 4대 전략산업과 무관한 학문 분야를 더 많이 갖고 있는데, 이 분야는 지역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대전의 지역혁신체제에 4대 전략산업 외 다른 산업까지 포함시켜 그 지역혁신체제가 보다 완전하게 해야 한다.
혹여나 지방정부가 단기간 내 다양한 산업 부문을 포함한 지역혁신체제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대학은 자구책을 도출해야 한다. 대학은 우선 주요 산업, 혹은 전략산업 중 각 학문 분야가 융합하여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 학과가 전략산업 부문의 제품 디자인의 혁신에 기여하고, 경영학과가 전략산업부문의 제품 마케팅의 혁신에 기여하는 것 등이다.
이제 대학은 예산확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교육, 실효성 있는 교육을 위해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생동감 있는 교육을 위해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문제를 강의실과 연구실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도 지역과 함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지방쇠퇴와 지역 불균형적 발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대학의 역할이 기대되는 중요한 때이다.
/신동호 한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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