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멍청비용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멍청비용

  • 승인 2023-11-07 14:33
  • 신문게재 2023-11-08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원구환 한남대 링크사업단장
원구환 한남대 링크3.0사업단장 및 캠퍼스혁신파크선도사업단장
본인의 부주의로 의도치 않게 지출됐던 비용이 한 번쯤은 있어 봄 직하다. 실수를 하거나 꼼꼼하지 못해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다. 요즘 신조어로 '멍청비용'이라 부른다.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헬스장, 학원, 인강 등록해 놓고 한 번도 가지 않은 경우, 어제 샀는데 오늘부터 할인하는 경우, 일회성 유료 구독 해지 잃어버리거나 호텔이나 티켓 예약 취소 안해서 노쇼비용 청구된 경우, 늦어서 택시를 탄 경우, 납기일 지나서 가산금 낸 경우, 홈쇼핑 구매 후 취소 안하거나 구매 후 방치하다가 비슷한 상품 또 구매한 경우, 우산 챙기지 못해 샀는데 비 그친 경우, 와이파이 사용 까먹어서 나온 데이터 요금, 기차나 버스표 목적지와 반대로 예매한 경우, 식료품 샀는데 유통기한 지나서 버린 경우 등이다. 아마 10개 중에 2개 미만이면 똑똑한 사람이고, 3~4개면 멍청 꿈나무, 5~7개면 멍청 과도기, 8개 이상이면 뼛속까지 멍청이라 할 수 있을까. 필자도 멍청 과도기쯤 되는 것 같다.

멍청비용은 개인의 문제다. 자신의 부주의로 인한 비용 발생인데, 애교로 넘어갈 수도 있을 듯하다. 자신에 대한 실망은 조금 있겠지만. '그럴 수 있어'라고 위로도 해가면서 말이다. 추억이 될 수도 있고, 반성의 귀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멍청비용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가 화재를 발생시키거나 하수구를 막을 수 있고, 가스 관리의 부주의가 내 이웃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작은 불씨 하나가 산불이 될 수도 있다.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는 나쁜 바이러스의 온상지가 될 수 있고, 내 차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 애교로 봐 주기에는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 북극 곰의 눈물은 우리 개인들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회적 손실비용이다. 미래 세대로 갈수록 사회적 대가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 세대가 정신을 차려야 하는 이유이다. 내가 남을 해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사회적 백신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가 부주의해서 의도치 않게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관계 속에서 올바른 정보가 취약할 경우 사회 구성원들은 부주의한 집단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들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발생한다는 것을 모르고 선택한다. 잘못된 사회적 선택이 얼마나 큰 부메랑이 될지는 선택 내용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확실한 것은 사회적 멍청비용은 개인적 멍청비용에 비해 무조건 크다는 점이다. 집단 선택의 부주의함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 선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계층도 있을 수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면 말이다. 올바른 정보를 주지 않거나 정보를 왜곡하여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집단의 부주의한 선택을 유도해 이익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자신들만의 이익이 영속된다면 조지 오웰의 소설처럼 빅 브라더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선택 비용은 고스란히 모든 구성원들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사회적 멍청비용은 단순한 실수이거나 추억이 될 수 없다.

정보가 넘치는 것을 넘어서 정보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회사의 면접도, 기업의 마케팅도, 학교의 교육도, 정부의 정책에서도 AI가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그릇된 정보가 입력되어 사회를 지배한다고 가정해 보자. 참으로 아찔하다. 정보가 독점되지 않을 사회적 의무와 올바른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사회적 멍청비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정보와 객관적 판단, 합리적 행동이 요구된다. 사실과 다른 정보가 사회에 공존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옳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 및 조건이 잘 갖추어져야 한다. 그릇된 정보가 확산되거나 그 자체를 유도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예방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우리와 미래 세대의 사회적 멍청비용이 제로(0)가 될 수 있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원구환 한남대 링크3.0사업단장 및 캠퍼스혁신파크선도사업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부석사 불상 친견법회, 한일 학술교류 계기로"
  2. 대전 학교 내 성비위 난무하는데… 교사 성 관련 연수는 연 1회 그쳐
  3. [입찰 정보] '테미고개·서대전육교 지하화'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공고
  4. 2023년 대전·세종·충남 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 취업률 전년比 하락
  5.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1. [사설] '대한민국 문화도시' 날개 달았다
  2. [사설] 교육 현장 '석면 제로화' 차질 없어야
  3.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4. 대전 경제기관·단체장 연말연시 인사이동 잇따라
  5. 대전 동구, 축제로 지역 이름 알리고 경제 활성화 기여까지

헤드라인 뉴스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탄핵 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되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순서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무총리(한덕수) 탄핵 소추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해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65조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현행 세종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가 수도권 인구 유입 효과를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오던 이전 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가 2021년 5월 전면 폐지되면서다. 문재인 전 정부는 수도권에서 촉발된 투기 논란과 관세평가분류원 특공 사태 등에 직격탄을 맞고, 앞뒤 안 가린 결정으로 성난 민심을 달랬다.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를 본 이들이 적잖다. 중앙행정기관에선 행정안전부 등의 공직자들부터 2027년 제도 일몰 시점까지 특별공급권을 가지고 있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고개를 떨궜다. 세종시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같..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