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도예가 모습 (사진=중도일보 DB) |
대전 출신의 예술인을 조명하고 기리기 위해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대전시 독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7일까지 취재결과, 대전시는 이장우 시장의 공약인 도예가 이종수 선생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미술관 건립을 위해 올해 하반기 문체부 공립 미술관·박물관 사전 평가 심사를 받았지만, 관문을 넘지 못했다.
2017년에 생긴 공립 미술관·박물관 사전 평가 심사 제도는 지자체의 문화시설 건립 난립과 부실 운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평가위원들이 개인 미술관이라는 점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이종수 도예가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체부의 사전평가제도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 육성과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장우 시장이 7일 정례브리핑에서 "지역 사정도 잘 모르는 정부의 간섭이 없어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시장은 "문체부가 개인 미술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계속 추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의 사전평가제도는 정부가 국가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문화시설 건립 예산을 지방비 사업으로 전환한 것과 상충한다. 지자체가 지역만의 역사와 특성을 반영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건립하려 해도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필요성은 지역에서 판단하는 거지 국비 지원도 없이 지자체의 미술관 건립마저도 중앙에서 권한을 가지는 것은 잘못됐다"며 "오히려 지역민들의 문화향유를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방으로 권한을 내려보내야 하고 국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미술계에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미술계에서는 이종수 도예가의 작품성과 작가로서의 인품을 높게 평가하며 미술관 건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지자체가 처음으로 지역 원로 예술인을 조명하는 사업인 만큼 예술계의 관심도 높았었다.
라영태 대전 미술협회장은 "그분(이종수 도예가)이 이화여대 교수를 하다가 고향에 내려와 창작활동만 한 분인데, 서울에서 활동했던 사람보다 활동반경이 넓을 수 있겠느냐"며 "지역 특성을 인정해주고 육성해줘야 한다. 개인미술관이라고 하지만, 다양한 예술인들의 창작과 전시공간이 되고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사전평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미술관 건립의 경우 문체부 심사를 통과해도 예산 40억 이상이 투입되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정부의 이중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립 박물관·미술관의 사전 협의 및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규정 삭제에 대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방비가 투입된다고 해도 재원 자체는 공공재원이기 때문에 함부로 낭비되지 않게 심사하는 게 맞는 것"이라며 "다만 현재 박물관·미술관 건립 증가세가 둔화되고 이제는 운영 내실화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하는 부분이라서 제도에 대해 좀 더 살펴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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