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용 편집부 기자 |
지난해 서울로 2주간 수습 기자 교육을 간 일이 있었다. 전국의 새내기 기자들이 모여 기사 쓰기 등 열의를 가지고 교육에 임했다. 10월 28일 교육을 모두 마치고 대전행 기차를 탔다. 다음날 핼러윈이어서 곳곳에서 상권이 분주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9일 금요일 밤,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또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두 참사의 기억은 너무도 또렷하고, 닮아있다. 또 무기력하다. 사안에 대해 깊게 파고들지 않더라도 너무 명확한 사건들이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2차 가해'도 뒤따랐다. 여당 소속 모 시의원은 "민주당 저것들은 노란 리본 한 8~9년 우려먹고 이제 깜장 리본 달고 얼마나 우려먹을까?" 등의 발언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했다. 모 국회의원은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SNS에 올렸다. 예전에 대전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간담회가 있어 참여한 적이 있다. 자식을 잃은 슬픔도 크지만 혐오 가득한 발언은 '아리다'고 했다. 마치 죄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1주기 때 유가족들은 추모제를 개최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전국을 순회하며 시민들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추모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추모대회가 정치집회로 변질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서울 영암교회에서 추도 예배를 했다. 유족들을 만나지 않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친 일성은 공허하다.
2일 세월호 참사 당시 4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에 대해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지휘부 10명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9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참사 당시 해경의 구조 능력에 한계가 있었지만 형사적 책임까지는 묻기 어렵다는 판단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이들은 조직 내에서 징계는 커녕 '승진가도'를 달렸다. 뒷맛은 매우 씁쓸했다. 사회는 더뎌도 우상향하면서 나아간다는 말이 있다.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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