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병안 기자 |
일요일인 5일 대전 서구 도안동의 한 치과의원 대기실은 준비된 8개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치과의사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로 붐볐다. 기자가 머무는 30분 남짓 동안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토요일부터 잇몸이 부어 염증을 호소하는 환자, 충치가 신경까지 파고들어 4~6시간 효과뿐인 진정제로는 통증을 잠재울 수 없다며 119도움으로 찾아온 이도 있었다.
잇몸에 생긴 염증을 빼주는 치근활택술이나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차단술은 치과 응급환자의 통증을 잡고 일상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지만, 대부분 응급실에서는 시행할 수 없다. 치과의원에서 만난 40대 환자는 "통증을 월요일까지 참을 수 없어 대학병원 응급실에 문의했는데 치료가 어렵다고 해서 119에 문의해 이곳을 찾아왔다"라며 "대전 대부분 응급실에서 치과는 진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놀랐다"고 설명했다.
대전에서 치과 의료전달 체계상 야간과 주말에 응급증상 환자를 담당할 거점 의료기관이 부재해 출혈 등으로 봉합이 필요한 치과 환자들의 진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대전은 지역 소재 대학에 치과대학이 개설되지 않아 부속병원이 없다 보니 전북 익산 소재 원광대 치과대학 부속병원이 2007년 대전병원을 개설, 응급진료센터를 마련해 대전과 중부권 환자들의 상급 진료를 맡고 있다.
그러나 원광대 대전치과병원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중단했던 응급진료센터를 현재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다. 한때는 두 명의 당직의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근무해 사고로 턱뼈 손상을 입었거나, 이빨 신경에 염증이 생긴 급성 치수염 환자를 돌봤지만 급성 호흡기 전염병이 확산하면서 시점을 정하지 않고 진료를 중단해 현재 야간에 환자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전공의 수련병원임에도 응급진료센터 운영 재개 없이 토요일 진료도 8월부터 중단한 상태다.
원광대 치과병원은 자신의 누리집에 야간 치과응급실을 운영한다고 소개했으나, 실제로 문의한 결과 "치과 응급실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대전선병원이 응급실에 안와골절 등 치과환자 내원 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야간에도 구강외과 전문의를 호출해 응급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원광대 대전치과병원 관계자는 "치과분야 응급의료에 대한 시민들 요구를 알고 있어 응급진료센터 운영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아 재개 시점을 명확하게 설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전에선 의원급 치과 4~5곳이 평일 늦은 저녁이나 주말 낮 진료를 시행해 치과 응급의료 상당 부분을 치과 개원의가 감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립 대학병원과 보훈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치과의사도 대전에 7명으로 대구 117명, 광주 93명, 부산 28명, 인천 16명보다 크게 부족해 치과대학 없는 지역의 전문의 부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고와 급성 등의 의원급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에서 지역에서 치과의사를 육성해 상급 치과 응급진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류효선 대전보건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대전에서 치과의사를 양성하지 못해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치과가 취약하고, 치과대 부속병원이나 종합병원 응급실을 통해서도 충분히 보완되지 못해 전반적으로 치과 응급 부족을 겪고 있다"며 "지역에서 치과 인재를 양성할 때 전문의와 전공의가 확대되고 책임 있는 진료를 지역사회가 의료기관에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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