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50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 본원으로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진입하고 있다. 맞은편에서 '국가 R&D 삭감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시위 중인 연구자들 앞으로는 대형버스가 서 있다. 연구노조 제공 |
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2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 대전 본원에서 열린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 출범 50주년 기념식 시작 전 R&D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피켓시위가 진행됐다.
이날 시위는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하 연구노조)을 비롯해 과학기술계 노조와 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가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가 주관했으며 서른 명가량이 참여했다. 이들은 "삭감된 국가 R&D 예산의 원상회복", "연구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대통령의 사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오전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지방시대 엑스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참석에 맞춰 같은 내용의 피켓시위를 했다.
문제 장면은 기념행사 시작 전 표준연 건너편에서 피켓시위를 하던 중 일어났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우회전해 표준연으로 들어서려는 때에 맞춰 대형버스 3대가 연구자들 앞을 가로막았다. 대통령을 향해 벌인 시위를 정작 대통령은 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연구노조는 2일 즉각 성명을 내고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집회신고 과정부터 대통령경호처 협조 요청을 수용하며 평화로운 시위를 벌이는 중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항의했다.
연구노조는 "집회신고를 하는 과정부터 대통령경호처의 협조 요청을 유성경찰서를 통해 수용한 바 있다"며 "집회 장소를 행사장 건너편으로 조정하고 집회장이 거주지인 점을 고려해 경찰 요청을 수용해 준비해 간 음향시설도 사용하지 않는 등 우리의 요구를 평화롭게 전달하기 위해 협조했다. 소속 회원들과 조승래 국회의원,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 30여명이 피켓을 들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요구를 전달 중이었다"며 "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통령 차량이 멀리서 보이는 순간 대통령경호처는 별안간 작전을 시작했다"며 "대형버스 3대를 순식간에 이동시켜 집회 참석자와 모든 피켓을 가려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피켓시위 참석자들은 어떻게 대처할 틈도 없이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고 반발했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표준연으로 들어간 뒤 대통령경호처 직원 중 1명은 이들에게 사과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연구노조는 단순히 직원 사과를 받고 끝낼 사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연구노조는 "사실상 미동도 없는 시위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대통령경호처의 과잉대응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집회장을 가린 것은 대통령의 '심기 경호', '과잉 충성' 이상 그 무엇도 아니다"라며 "경호처의 행동은 '헌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형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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