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킬킬 전시 전경 (사진=공간오십오) |
홍원석 작가는 자신의 일상과 삶의 내러티브(Narrative: 묘사, 서술)에 기반한 '야간운전' 시리즈를 시작으로, 커뮤니티 아트로 선보인 '아트 택시(Art-Taxi) 프로젝트',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기반으로 통일을 염원하는 미디어와 설치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공동체의 민담을 조사하고 이를 퍼포먼스로 엮어내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횡단하며 전방위적 예술창작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작가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동굴 이야기로 화두를 던진다. 그간 여러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었던 홍원석 작가의 예술은 자신의 수많은 드로잉에 기반을 둔다. 과거에는 드로잉이 작품 시작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혹은 보조적인 것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로잉 자체를 작품이자 예술 창작의 한 방법론으로 생각하고 있다. 작가는 온라인 드로잉 커뮤니티를 만들고 활동하고 있는데, 그에게 드로잉은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해 가는 근간으로 매우 중요한 창작방법론이다.
그는 그날그날의 일기와 같이 개인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논쟁거리까지 자신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된 많은 것들을 드로잉에 담는다. 따라서 그의 드로잉은 개인 삶의 내러티브가 섞여 솔직하고 몹시 주관적이지만, 동시에 동시대의 사회 현실을 반영한 산물로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간의 예술 창작의 궤적을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에 기반한 벽화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휴대전화 속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이를 자신의 드로잉과 믹스해 현대판 동굴벽화로 재현한다.
그가 채집한 휴대전화 속의 이미지는 SNS 속의 숱한 사진들 즉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해 찍어대는 맛있는 음식, 화려한 명품가방과 신발, 옷, 그리고 그 사진을 돋보이게 하는 멋진 장소까지. 이것을 다시 소비하는 우리 자신들은 끊임없이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인간이 욕망하는 것은 바로 타인의 욕망이라고 말한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거창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많은 사진은 우리의 욕망을 거울처럼 비춘다. 이처럼 홍원석은 동시대 욕망을 회화로 번안하고자 한다.
전시는 12 월 2일까지 열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한편, 공간오십오는 대전 중구 선화동에 자리잡은 전시장으로 대전의 고동환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artist run space)다. 공간의 시작은 2012년 영국에서 작가가 처음 마련한 작업실 주소인 55번지에서 출발했다. 기존 대관 전시공간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작가의 과정적 산물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표방했으며 지역의 젊은 작가 지원과 다양한 기획전을 실행하고 작가·작품의 아카이브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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