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분쟁 소송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분쟁 소송

송은석 변호사

  • 승인 2023-11-02 15:25
  • 신문게재 2023-11-03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송은석 변호사
송은석 변호사
우리나라의 많은 유물들이 과거 일본으로 약탈당하여 일본에 있는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유물 중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고려 시대인 1330년경 고려 충혜왕 즉위에 맞춰 서주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된 높이 50.5cm, 무게 38.6kg의 불상이다)의 소유권이 부석사에 있는 것인지, 일본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오랜 소송의 종지부를 대법원이 2023년 10월 26일자로 찍은 사건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2012년 10월 6일 경 대한민국 국적의 절도범들이 일본 대마도에 있는 관음사라는 절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절취해 국내로 밀반입을 시도했다. 그런데 절도범들이 금동관음보살좌상을 국내로 밀반입하던 중에 발각되면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몰수되어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되게 됐다. 이렇게 몰수된 금동관음보살좌상에 대해서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원래 소유자였던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의 후신이라고 주장하면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부석사로 인도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소송에 대해서 일본의 관음사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에 참가해 과연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우리 부석사의 소유인지, 일본 대마도에 있는 관음사의 소유인지 여부가 다퉈지게 된 것이다.

1심 법원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은 우리 부석사의 소유라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서기 677년 창건된 후 조선 초기 중건한 사찰인 부석사의 소유로 추정할 수 있고, 과거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 대마도에 있는 관음사로 이전된 것으로 판단해 부석사 소유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2심을 맡은 대전고등법원에서는 부석사의 소유로 판단했던 1심 판단을 깨고 일본 관음사의 소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 근거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원래 소유권은 고려시대 서부 부석사의 것이 맞지만 소송을 제기한 현재 부석사가 고려시대의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권리주체로 보기 어렵고, 일본 관음사가 적법하게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취득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 관음사가 일본의 민법에 따라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을 시효취득하였기 때문에 일본 관음사의 소유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대전고등법원과 동일하게 일본 관음사의 소유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인 부석사와 서주 부석사는 같은 지역에서 독립한 권리주체성을 가진 전통사찰로 존재해 왔고, '부석사'라는 명칭을 가진 다른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원고인 부석사와 서주 부석사는 동일한 사찰로 인정했다. 즉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원고인 부석사의 소유였던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일본 민법을 적용해 일본 관음사의 동산 취득시효를 인정했다. 일본 민법 상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점유를 시작할 때 선의, 과실이 없었다면 10년만 점유해도 시효취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법원은 일본 관음사가 1953년 1월 26일부터 절도범이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 나올 때인 2012년 10월 6일경까지 계속 점유하여 왔고, 고려 시대에 왜구에 의해 약탈당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만으로 일본 관음사의 자주 점유의 추정이 깨지지 않아 결국 일본 관음사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을 시효취득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금동관음보살좌상에 대한 부석사와 일본 관음사의 소유권 분쟁은 일본 관음사의 소유로 결론이 나게 된 것이다. 법원도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우리나라의 문화재라는 것을 알지만 취득시효 법리에 의해 일본 관음사의 소유로 인정할 수밖에 없음에 내심 안타까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판결로 인해 외국에 불법적으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송은석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