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42. 왜 용서를 해야 하는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42. 왜 용서를 해야 하는가?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11-02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법정 스님, 혜민 스님, 달라이라마 등은 자신에게 피해(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용서는 '나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용서'를 연구한 세계적인 학자들도 이런 주장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하였지요.

일반적으로 용서의 정의는 '과거를 잊고 새 출발 하기', 즉 악행 때문에 생긴 결과를 모두 없애버리고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상황을 돌려놓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용서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쓴 이브 개러드(Eve Garrard)와 데이비드 맥노튼(Daivid McNaughton)은 이러한 일반적인 정의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용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더 진전된 정의는 용서는 가해자가 원망을 사고 복수를 당할만한 행동을 했음에도 피해자가 원망과 복수심을 버리고 그에게 호의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결론은 용서의 가치란 용서하는 사람과 용서받는 사람 모두가 속박에서 풀려나 강해지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서는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지요.

법정 스님 등이 주장한 '나를 위한 용서'는 프레드 러스킨(Dr. Fred Luskin)의 주장에서도 확인됩니다. 그는 먼저 용서는 '선택'이라는 것이고 평화로운 느낌을 갖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기 기분을 자기 스스로 조종할 수 있음을 믿게 되거나 자신을 피해자가 아니라 씩씩한 주인공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용서를 통해서 평화의 느낌을 갖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용서의 기술'을 쓴 딕 티비츠(Dick Tibbits)도 러스킨처럼 용서는 선택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용서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용서는 겸손하고 공감을 얻어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겸손은 어리석음이 아니고,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딕 티비츠는 용서를 하는 데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첫째 너무 빨리 용서를 했다면 그 상황에서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로부터 도망치려 재빨리 용서하는 것은 용서가 아닙니다.



둘째로 상대보다 우위에 있기 위해서 한 용서는 용서가 아닙니다.

셋째 용서를 복수의 수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넷째 감정의 문을 닫아버리는 용서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섯째 용서라는 이름으로 희생하지 말아야 합니다. 용서하는 사람은 단호해야 하며 상대방에게 자신이 무엇을 기대했는지, 어떤 것을 용인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여섯째 사회적 압박 때문에 용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용서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따라서 바람직한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분노나 미움을 포기할 뿐만 아니라 가해자 입장이나 상황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공감해 주는 것이 전형적인 이타적 용서가 아닐는지요?

결론적으로 용서는 과거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인데, 이는 현재를 살기 위한 또는 미래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삶의 기술인 것입니다. 용서는 관련된 사람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하면서 대인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되어야 하겠지요. 혹시 분노나 원망의 대상이 있으면 오늘 용서를 고려해 보심이 어떨는지요?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임영웅 VS 장윤정 전국구 트롯 신동 김태웅의 선택은?
  2. 대통령 방문에도 충청권은 빈손… 실망감 커
  3. [월요논단] 노무현 대통령의 꿈, 행정수도 완성(?)
  4. ‘시원한 물놀이로 무더위 날려요’
  5. 충청 보수야권, "행정수도 혜택? 이 대통령 충청인 농락"… 부글부글
  1. 李대통령 취임 첫 충청 찾았지만 홀대론 불식 역부족
  2. 대전 동구, '신촌누리길' 조성 완료
  3. 대전시, 아시아 최고 가성비 여행지로 우뚝
  4. '해수부 이전' 강행...국힘, 릴레이 1인 시위로 맞불
  5. 대전 중구, 대전 최초'모바일 행복e음' 선보여

헤드라인 뉴스


충남대병원 등 12개 의료기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

충남대병원 등 12개 의료기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

충남대병원을 포함한 국공립 병원과 건양대병원과 선병원 등 대전·충남 주요 의료기관에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현재 임금단체협상 중으로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2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전충남지역본부는 특성교섭과 현장교섭이 결렬된 대전과 충남 12개 사업장에 대해 8일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한다고 7일 밝혔다. 쟁의조정 신청 이후 15일 동안 진행되는 조정 기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2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이번 노동재의조정 신청은 전국보..

레오 교황, 이재명 대통령·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사진 찍을까
레오 교황, 이재명 대통령·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사진 찍을까

레오 교황과 이재명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명의 만남에 대한 얘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7일 한국을 방문 중인 충남 논산 출신의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추기경)을 접견한 자리에서 나왔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한 접견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의 천주교회가 인권과 평화에 관심도 많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회복하는데 참으로 큰 역할을 해줘 국민을 대표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천주교회와 관련한 현안 중에 2027년 가톨릭 세계청년대회가 있다”며 “가능하면 교황께서 오실 거 같긴..

식품·유통업계, 라면과 빵 등 50% 할인... 고물가 시대 서민 부담 낮아지나
식품·유통업계, 라면과 빵 등 50% 할인... 고물가 시대 서민 부담 낮아지나

정부와 식품·유통업계가 먹거리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들은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라면과 빵, 커피 등을 최대 50% 싸게 판매하기로 하면서 고물가 시대 서민들의 부담이 낮아질 전망이다. 7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식품·유통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안정 방안을 논의해 여름 휴가철에 가공식품 할인 행사를 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은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 최소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6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6%..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0시 축제 ‘한 달 앞으로’ 대전 0시 축제 ‘한 달 앞으로’

  • 휴가철과 방학 앞두고 여권 발급 증가 휴가철과 방학 앞두고 여권 발급 증가

  • ‘시원한 물놀이로 무더위 날려요’ ‘시원한 물놀이로 무더위 날려요’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