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도예가의 대표 작품. 왼쪽부터 대표작 마음의향, 잔설의 여운 |
당초 이종수 미술관을 시작으로 대전 대표 예술인들을 알리는 전시관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인미술관을 바라보는 엄격한 기조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 결과, 대전시가 올해 7월 이종수 미술관 건립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 평가를 신청해 심사를 받았으나,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으로 미술관·박물관 건립의 경우 문체부의 사전 평가를 통과해야만 이후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 등 본격적인 건립 추진이 가능한데, 대전시는 내년 1월 재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배경에는 작가 개인 미술관에 대한 문체부의 엄격한 기조가 한몫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에 따르면, 무분별한 미술관, 박물관 건립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2017년 사전평가 제도가 생긴 후 작가 개인미술관이 통과된 사례는 제주도의 이중섭 미술관, 경북 예천의 박서보 미술관으로 단 2곳뿐이다. 이들 미술관도 2~3차례 신청 끝에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이번 이종수 미술관 심사 당시에도 문체부에서 개인 작가 미술관 건립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단호한 의사를 보였다는 것이다.
작가 인지도와 건립 당위성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나왔다. 그동안 문체부는 작가 지명도와 한국 미술사에서의 영향력 등 건립 당위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들은 바 있다. 이종수 도예가의 경우 이화여대 도예과 교수직을 역임 후 1979년 대전으로 낙향해 순수 도예 활동에 전념한 예술인이다. 그가 남긴 유작만 2580점에 달하며, 14가지의 경향이 발견될 정도로, 실험성을 통해 다양한 도예 작품을 남겼다. 시는 학술토론회, 서명운동 등을 통해 이종수 도예가 알리기에 나섰지만, 시민들에게 각인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앞으로 이종수 도예가의 작품세계와 미술사적 업적을 알리는 데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대전세종연구원에서 이종수미술관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11월 초 문체부에서 이번 심사에 대한 의견이 담긴 공문을 보내 줄 예정이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세미나와 더불어 대세연 용역 방향도 새롭게 포커스를 맞추려고 한다. 이종수 선생님의 생애와 작품을 알릴 수 있는 체계를 잡는 것도 중요할 거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종수 미술관은 지난 3월 이종수 도예가 유족의 전 작품 기증 의사에 따라 물꼬를 트게 됐다. 시민 예술향유와 더불어 대전을 대표하는 예술인의 작품세계를 알리고, 업적을 기리기 위한 취지에서다. 시는 소제중앙문화공원(동구 소제동 305-78 일원)에 2026년까지 이종수 도예가의 유작을 만나볼 수 있는 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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