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원 본부장 |
영화 역린에서 정조(현빈 분)가 신하들과 학문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중 아무도 외우지 못했던 중용 23편을 상책(정재영 분)에게 지시하여 외우는 장면에 나오는 글이다.
필자가 세종 예술의전당과 세종 문화예술의전당의 운영, 기획을 맡게 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글이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고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배어나와 남을 감동시킨다는 말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공연장에서 중용 23편대로 할 수는 없더라도 그에 빗댈만한 정성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이루어진다.
관객들이 공연장 입구로 들어오는 동선부터 매표소에서 표를 받는 순간, 안내 인원의 안내에 의해 공연장 로비에서 객석으로 들어가는 순간, 또 공연의 중간에 다른 관객으로부터 불쾌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내 인원의 말투, 태도, 극장의 조명상태, 청결상태 공연이 끝나고 감동을 받고 나가는 퇴장 시의 분위기 등 이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공연장의 하우스 매니저는 안내 인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훈련시킨다.
필자는 우리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때 관객석에 앉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항상 공연장 맨 뒤에서 공연 진행 상황과 관객현황을 확인하고 있는 게 일이다.
공연장을 개관하고 얼마 안 된 시기에 역시나 객석 맨 뒤에 서 있는데, 지나가는 관객이 안내 인원에게 '이 극장의 좌석 배치 번호가 블록별로 1번부터 끝번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자기 자리 찾기가 불편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예당은 이렇지 않다'는 핀잔과 함께….
그러고 나서 좌석번호를 확인해 보니 극장 개관 때부터 있던 좌석 배치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증명이 되었다. 당연히 관객이 불편해 할지에 대해 사전에 챙겨 봤어야 하는데. 핑계지만 필자가 실지로 우리 극장에서 좌석번호표를 가지고 자리를 찾아 앉아본 경험이 없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거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법 비용은 들었지만 당장 모든 좌석 번호표를 전면교체하였다.
지금도 열과 상관없이 1번부터 끝자리까지 좌석번호를 연결해서 표기하는 극장이 있겠지만, 상기 관객의 지적처럼 그 경우는 좌석 등에 붙어있는 좌석번호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예를 들어 좌석번호가 <1층 A블록 152번>이라고 한다면 직접 관객이 객석 의자를 확인을 해야 하지만, <A블록 15열 2번>이라고 한다면 객석에 들어와 왼쪽 블록 15번째 줄 두 번째 자리일 것이라고 연상이 되기 때문에 훨씬 자기 자리 찾기는 쉬워지는 것이다.
사실 별거 아닌 변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우리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후회와 고객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았다는 자책이 들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정성스럽게 되고 밝아지며 감동을 주어서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러한 문제를 발견했을 때 미루지 않고 당장 고치고 실천하는 것이다. 필자가 전국의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사업 총괄담당을 하였을 때, 매년 연말에는 전국의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하곤 했다. 내년에 변하는 사업구조에 대한 소개와 질의응답을 받게 된다. 이때 제법 칭찬을 받게 되는 일이 있는데, 질문자가 사업 추진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고 요청이 들어오면 당장 수정이 가능한 일, 어떠한 이유 때문에 불가능한 일 등을 명확히 해주고 수정 가능한 일에 대하여는 바로 조치를 해주었다. 그리고 가능한 그 일을 실지로 진행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실천해 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과 실천이다.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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