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정성과 실천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정성과 실천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 승인 2023-11-01 13:54
  • 신문게재 2023-11-02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1101084159
최대원 본부장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역린에서 정조(현빈 분)가 신하들과 학문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중 아무도 외우지 못했던 중용 23편을 상책(정재영 분)에게 지시하여 외우는 장면에 나오는 글이다.

필자가 세종 예술의전당과 세종 문화예술의전당의 운영, 기획을 맡게 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글이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고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배어나와 남을 감동시킨다는 말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공연장에서 중용 23편대로 할 수는 없더라도 그에 빗댈만한 정성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이루어진다.



관객들이 공연장 입구로 들어오는 동선부터 매표소에서 표를 받는 순간, 안내 인원의 안내에 의해 공연장 로비에서 객석으로 들어가는 순간, 또 공연의 중간에 다른 관객으로부터 불쾌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내 인원의 말투, 태도, 극장의 조명상태, 청결상태 공연이 끝나고 감동을 받고 나가는 퇴장 시의 분위기 등 이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공연장의 하우스 매니저는 안내 인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훈련시킨다.

필자는 우리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때 관객석에 앉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항상 공연장 맨 뒤에서 공연 진행 상황과 관객현황을 확인하고 있는 게 일이다.

공연장을 개관하고 얼마 안 된 시기에 역시나 객석 맨 뒤에 서 있는데, 지나가는 관객이 안내 인원에게 '이 극장의 좌석 배치 번호가 블록별로 1번부터 끝번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자기 자리 찾기가 불편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예당은 이렇지 않다'는 핀잔과 함께….

그러고 나서 좌석번호를 확인해 보니 극장 개관 때부터 있던 좌석 배치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증명이 되었다. 당연히 관객이 불편해 할지에 대해 사전에 챙겨 봤어야 하는데. 핑계지만 필자가 실지로 우리 극장에서 좌석번호표를 가지고 자리를 찾아 앉아본 경험이 없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거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법 비용은 들었지만 당장 모든 좌석 번호표를 전면교체하였다.

지금도 열과 상관없이 1번부터 끝자리까지 좌석번호를 연결해서 표기하는 극장이 있겠지만, 상기 관객의 지적처럼 그 경우는 좌석 등에 붙어있는 좌석번호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예를 들어 좌석번호가 <1층 A블록 152번>이라고 한다면 직접 관객이 객석 의자를 확인을 해야 하지만, <A블록 15열 2번>이라고 한다면 객석에 들어와 왼쪽 블록 15번째 줄 두 번째 자리일 것이라고 연상이 되기 때문에 훨씬 자기 자리 찾기는 쉬워지는 것이다.

사실 별거 아닌 변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우리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후회와 고객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았다는 자책이 들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정성스럽게 되고 밝아지며 감동을 주어서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러한 문제를 발견했을 때 미루지 않고 당장 고치고 실천하는 것이다. 필자가 전국의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사업 총괄담당을 하였을 때, 매년 연말에는 전국의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하곤 했다. 내년에 변하는 사업구조에 대한 소개와 질의응답을 받게 된다. 이때 제법 칭찬을 받게 되는 일이 있는데, 질문자가 사업 추진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고 요청이 들어오면 당장 수정이 가능한 일, 어떠한 이유 때문에 불가능한 일 등을 명확히 해주고 수정 가능한 일에 대하여는 바로 조치를 해주었다. 그리고 가능한 그 일을 실지로 진행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실천해 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과 실천이다.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