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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 |
가을에는 하늘이 유독 맑고 푸르러,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가을하늘이 맑은 이유는 대기의 대류가 여름보다 약해, 먼지가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쉽게 비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또한, 가을에는 대기가 건조하여 수증기가 상대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에, 파장이 짧은 파란빛이 더 잘 산란하여 유독 파랗고 청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가을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그 모양이 여름 구름과는 다소 다른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여름에는 수직 방향으로 대류가 발달하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뭉게구름인 적운과 쌘비구름이라 하는 적란운이 많이 나타난다. 반면 가을에는 수평 방향으로 흐르는 권운, 일명 새털구름과 양떼구름인 고적운이 자주 눈에 띈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날씨를 즐기기 위해 가을철에는 산행을 떠나는 나들이객이 많다. 그런데 가을철 특유의 기상 몇 가지가 있어, 산에 오를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먼저, 가을 산은 일교차가 5.5~12.6℃ 정도로 심하고, 일조 시간이 짧으며, 늦가을에는 한파가 찾아온다. 산악의 지세에 따라 일교차는 크게 차이가 나는데, 낮은 지대에 있는 계곡은 특히 일교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야영 시에는 기온 변화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10월 중 내륙 산간 지방의 일교차는 대관령이 약 30℃, 속초는 약 29℃로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미처 추위에 익숙해지기 전에 추위가 닥쳐오기 때문에 우리 몸은 한층 더 춥다고 느끼게 되며, 저체온증의 위험이 커지므로 겨울 장비를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가을철에는 낮의 길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지는데, 특히 산이 높고 계곡에 가까울수록 해가 산에 가려져 빨리 밤이 찾아오기 때문에 일찍 산행을 시작해서 빨리 마쳐야 한다. 일몰 후에는 냉각된 바람이 산꼭대기에서 계곡을 향해 불어 체감온도를 빨리 떨어뜨리는데, 바람에 의한 체열 상실은 신체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온이 0℃일 때 초속 5m로 바람이 분다면 체감온도는 -4.9℃이며, 초속 10m일 때는 -7℃, 15m일 때는 -8.4℃가 된다. 같은 기온이라도 바람이 세게 불면 체감온도는 점점 떨어져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한, 늦가을 저기압은 비를 몰고 와서 기온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가을철에 눈이나 비를 동반한 강풍이 불면 즉시 대피하거나 하산해야 한다.
가을 산에서는 한낮에는 덥지 않게 얇은 여름옷을, 밤에는 보온이 되는 겨울옷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방풍복과 보온이 되는 여벌의 옷은 가을 산행의 필수 준비물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상정보를 사전에 숙지하는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날씨누리 누리집을 통해 전국 주요 산의 오늘, 내일, 모레 날씨를 제공하고 있으니, 산에 오르기 전에 산악날씨를 확인한다면 안전한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가을 산행, 기상정보 확인과 철저한 대비로 올가을 안전하게 여행을 즐기고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를 바란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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