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이와 관련하여 오늘부터 2부에 걸쳐 우리 사회가 문화컨텐츠나 기술 영역의 확장에 따라 겪어왔거나 겪고 있는 법률적인 쟁점들을 사례별로 살펴본다.
작년에 관세청이 사람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인 '리얼돌'의 통관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는 다수 언론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리얼돌의 국내 허용 세부기준도 정해지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 있다. 약 10여년 전에 성인용품업자가 성인용품점에서 성인용품인 여성성기모형을 전시·판매하였다는 이유로 음란물건전시죄로 기소된 사건을 변호하여 무죄를 선고받은 일이다.
필자는 당시에 대법원 판례가 음란한 물건의 판단기준으로서 사회통념상 일반인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경우인지 여부를 내세우는 데에 주목하여 해당 모형이 조잡하고 조악하다는 점을 부각하여 음란한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받았다. 또한 위 모형을 가게 밖에 대놓고 전시한 것이 아니라 가게 안 진열용품대에 비닐로 포장하여 넣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공연히' 전시한게 아니라고 판단받았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으로서는 마음 한구석에 '성인용품점에서 성인용품을 성인에게 전시판매하는게 도대체 왜 문제인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보다 성숙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에 맞추어 리얼돌의 수입통관보류처분이 연이어 취소되고 자유로운 판매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얼마나 더 정교하게 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지가 관건인 시대가 되었다. 물론 이와 동시에 미성년자나 특정인을 본떠 제품을 만들거나 미성년자에게 판매하는 행위 등을 엄벌하는 추세 역시 강화될 것이다.
전 세계 게이머들이 해마다 게임아이템과 같은 디지털 자산에 소비하는 돈이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근미래에는 메타버스 세계에서의 게임아이템이 NFT가 되어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러한 게임아이템을 형법상 재산범죄의 객체 중 재물로 볼지, 아니면 적어도 재산상 이익으로 볼지는 학계와 실무자들 사이에서 고전적인 쟁점이다.
우선, 형법상 재물에 대해 물리적인 관리가능성이 있을 것을 요하는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 따를 때 게임아이템은 재물에는 속하지 않게 된다. 또한 같은 취지에서'정보 자체'는 유체물도 아니고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로는 볼 수 없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게임아이템을 정보 자체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법상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수사실무도 다수 있다. 다음으로, 게임아이템을 적어도 '재산상 이익'으로 보아 형법상 사기, 공갈, 절도죄 등을 인정한 다수의 하급심 판례가 있다. 온라인게임 사업자가 게임머니를 판매하면서도 매출신고를 누락하였다는 이유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한 사안에서, 게임머니는 구 부가가치세법상의 '재화'에 해당하므로 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후자는 게임머니의 재산적 가치와 매매현실을 인정한 데에 의의가 있다.
이러한 실무상의 혼선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또는 입법을 통해 언젠가는 정리될 것으로 생각되나, 게임아이템의 재물성이 인정되더라도 실무상의 현실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즉, 게임사와 사용자 간에 게임아이템의 소유권과 점유권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물론, 만약 아이템에 세금을 부과하게 될 경우 세금의 부담주체에 관한 치열한 다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게임아이템이 아닌 게임계정 자체를 양도하는 형식일 경우에는 게임약관에 비추어 이러한 양도계약이 유효한지, 아니면 계정임대에 불과한 게 아닌지 등의 해석도 남게 된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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