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가부장 사회의 종말은 인류의 파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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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가부장 사회의 종말은 인류의 파멸인가?

신천식 공공리더십 연구원 이사장.행정학 박사.도시공학 박사

  • 승인 2023-10-29 09:29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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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식 박사
성인 남성이 권력을 주로 행사하는 가족 제도와 사회체계를 일컫는 가부장주의는 오랜 세월에 걸쳐 가정과 사회를 지배하고 군림하는 근본 원칙이며 규범이었다. 가부장 주의는 역사와 전통, 윤리와 도덕, 정치, 사회, 법률, 행정을 망라하는 모든 문화적 상징의 배후와 이면에서 유무형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며, 아직은 국가와 법의 절대적 비호를 받고 있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우리의 사유를 지배하는 사회적 관계의 기본 틀은 물론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세계관과 인간관도 가부장 주의적 권위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가부장 주의는 시간과 경험이 누적된 역사적 층위에서 복합적인 요인들과 함께 하며 비롯된 것으로, 사회적 최소 단위인 가족과 이를 기반으로 구축된 사회구조를 결정하며 인간종의 사회생물학적 재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주도하고 있기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사회적 기본 합의이며 중심주제이다. 특히 국가와 민족의 지속가능성과 번영을 가늠하는 인구문제의 해법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기에 특별히 주목하여야 할 현대 한국사회의 주요 관심사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많은 사례는 가부장주의의 종말과 가족제도의 해체를 연계하여 시사하고 있다. 이런 사례의 배경은 경제 사회적 구조의 변화와 함께 페미니즘(Feminism)운동이 주도하는 측면이 강하다. 성별구분으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철폐내지는 완화해야한다는 페미니즘은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일반화된 범세계적 보편적 사유의 방식이다. 페미니즘의 주장을 인용한다면 여성들은 자신이 남성과 동일하며 자신은 남성에게 지배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권리와 스스로의 삶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힘을 부여 받고 있으며 마땅히 누려야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이러한 사유방식은 여성들이 스스로의 근원인 자신의 뿌리와 본질을 바라보는 관점의 획기적 변화이며 사회적 행동의 출발이 된다는 점에서 가히 혁명적 상황전개라고 할 수 있다.

왜 지금 페미니스트적 사유가 우리사회의 지배적 사고로 자리 잡고 시대를 주도하는 변화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지는 몇 가지 결정적 요인을 들 수 있다. 하나는 여성의 교육기회 전면개방과 노동시장 참여 증대에 기인하는 여성의 경제적 능력 향상과 사회적 영향력의 확장을 들 수 있으며, 둘째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급기야 출산과 재생산 관련하여 여성을 생물학적 제약으로부터 해방시켰으며, 셋째는 정보기술문명의 세계적 확산으로 정통성을 확보한 문화적 주류가 인정하지 못하는 반 가부장적 주장과 소수 추종의 비정상적 신념체계까지도 최소한의 지체나 여과 없이 전파 수용되고 있어, 권리 시각지대에 놓여있던 개발도상국 여성까지도 포함하는 전통적 약자인 여성의 사회활동에 당위성과 타당성의 근거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절대적 권위와 지배이념으로 자리 잡고 있던 가부장주의의 권능과 효능이 유일 지엄의 가치기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부장주의의 약화와 몰락은 전통적 가족의 해체와 소멸로 이어진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성부부중심의 가족구조는 이미 와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 속에 이혼이나 졸혼, 별거 부부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 부모 가정의 확대를 비롯하여 만혼이나 비혼 주의의 확산,1인 가구의 증가와 미혼 상태의 동거가 일상의 당연지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부장주의의 소멸은 전통적 가족구조의 해체와 함께 다문화 가족 확대와 미혼모 증가 추세의 일반화, 정자은행을 통한 대리모 출산 등의 새로운 재생산 현상이 목격되고 있으며, 배아 복제나 시험관 출산가능성 증대 등은 장차 동성 부부 인정 등 가족제도의 파격적 상황전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부장주의 종말이후 세상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읽혀지긴 하나, 절대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가부장주의와 가부장 중심적 가족제도도 인류의 오랜 경험과 지혜가 생성시킨 문화적 산물임을 인정한다면, 문화적 자산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 속에서 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역동적으로 변신하는 것이 순리라는 절대적 명제를 되새겨 보는 것이 하나의 해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신천식 공공리더십 연구원 이사장.행정학 박사.도시 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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