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딘 이날 대전시민교향악단은 경쾌하고 웅장한 선곡으로 실력과 젊은 패기를 보여줬다. 마하일 글린카의 '루슬란가 루드밀라 서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다단조, 작품번호 18',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마단조, 작품번호 95, B.178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세계 3대 콩쿠르는 석권한 유명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협연해 연주회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청년 오케스트라'라고 하면 '아마추어', '준프로'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 대전시민교향악단의 창단 연주회는 편견을 깼다는 평이 나왔다. 젊지만, 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음악인들로 엄선한 만큼 공연장에서는 프로 못지않았다는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피아노교향곡에서 피아니스트에 대한 지휘자의 세심한 배려와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을 통해 음악적 표현을 극대화했다는 극찬이 나오기도 했다.
첫 곡으로 선보인 루슬란가 루드밀라 서곡은 청년 연주자들로 구성한 대전시민교향악단의 젊고 패기 있는 박진감을 통쾌하게 표현했다. 서은숙 목원대 피아노 학부 교수는 "러시아 민요풍의 활기차고 경쾌한 곡을 첫 곡으로 선곡한 것이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며 "빠른 템포와 경쾌한 선율의 러시아 민요의 곡을 많은 연습을 통해 멋진 하모니를 보여준 곡"이었다고 평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선보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중 하나다. 매력적인 곡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준비성이 잘 드러난 순간이기도 했다.
이 곡의 화려한 기교를 요하는 곡인데 이날 임동혁 피아니스트는 섬세하고 정교한 테크닉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2악장과 3악장은 오케스트라와 협연 시 어려움이 많은 악장인데 피아니스트에 대한 박대진 지휘자의 세심한 배려로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빛났다는 평이다.
황하연 대전 음악협회장은 "광활한 러시아의 대평원을 연상시키는 굵직한 선율과 화성감, 그리고 피아니스트의 뛰어난 표현력을 오케스트라가 조화롭게 표출했다"며 "지휘자는 피아니스트에 대한 세심한 배려 속에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훌륭히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밝고 서정적인 곡으로 아름다운 관악의 선율이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창단 공연을 준비하는 대전시민교향악단의 역동적이고 다양한 색채의 표현력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오케스트라의 최대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서은숙 교수는 "곡의 중간중간 관악기 주자들이 솔로 협연자처럼 멋지게 연주해 인상 깊었다"며 "관악기의 경우 자칫하면 삑삑거리는 음색이 나올 수 있는데 실수 없이 부드러운 음색의 기교를 맘껏 뽐내 연주자들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대전시민교향악단은 내년 50명에서 80명으로 단원이 늘어난다. 청년 음악인들이 설 자리가 줄면서 꿈을 포기하는 이들이 느는 상황에서 청년 오케스트라의 창단은 의미 있는 시도다. 최근에는 후원회가 창설돼 안정적인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됐다. 클래식뿐 아니라 찾아가는 공연, 하우스 콘서트 등 친숙한 레파토리로 시민들을 찾아갈 예정인 만큼 기존 시향과는 또 다른 신선함과 다양성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황하연 회장은 "대전시민교향악단의 창단연주회를 통해 앞으로 대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 음악가들의 젊음과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젊은 악단답게 클래식의 전통적인 레퍼토리와 현대의 창작곡에 이르는 과감한 시도를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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