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41. 돌봄은 우리의 일상이며 경제 문제가 되었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41. 돌봄은 우리의 일상이며 경제 문제가 되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10-26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돌봄'은 '돌보다(동사)'의 명사형입니다. 그러니까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단어지요. 그런데 돌봄의 사전적 의미는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라고 되어 있습니다. 주로 사회복지에서 사용하는 단어지요. 그러나 최근 돌봄의 개념이 확대되었습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행위에서, 장애가 없더라도, 건강이 좋더라도 돌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노하우나 재무관리, 정서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돌봄도 있습니다. 이미 10년 전에 '돌봄 민주주의'라는 책이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조안 트론토 교수에 의해서 발간이 되었는데, 최근에는 '돌봄 경제'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매년 우리나라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 등 '트렌드 코리아' 팀은 내년도 키워드를 발표했는데, '분초사회' 등 10개의 트렌드 중에서 저는 '돌봄 경제(Care-based-Economy)'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들은 "돌봄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고 전제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돌볼 때 인간은 생존하고 사회는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제 나이, 건강, 재산 등과 관계없이 돌봄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가 돌봄을 제공하는 동시에 돌봄을 제공 받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위에서 재무관리, 정서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도 돌봄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렇다면 돌봄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돌봄 경제'의 탄생 근거가 되겠지요.

저자들은 돌봄 경제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돌보느냐를 기준으로 배려 돌봄, 정서 돌봄, 관계 돌봄으로 나누어 접근하였습니다. '배려 돌봄'은 환자, 장애인, 영유아, 어린이, 고령자 등 혼자서는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의 신체적 어려움을 챙겨줄 수 있는 돌봄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통념적인 돌봄 행위이지요. 아픈 사람을 보살피는 간병이 주된 분야입니다. 가족들이 바쁘기 때문에 돌봄 인력이 필요하고 이것을 매칭해주는 서비스 사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돌봄 경제와 관련하여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원격 돌봄의 확대와 이동식 화장실, 탈취 용품, 방향제 시장 등의 기술 제품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정서 돌봄입니다. 신체적 불편함을 넘어 마음까지 세심하게 보듬는 돌봄이지요. 고령자의 정서 돌봄도 중요하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들이 젊은 층에서도 급증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에 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대부분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하면서 마음의 회복을 추구하지요.

마지막으로는 관계 돌봄입니다. 약자를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돌봐주는 것을 말합니다. 저자들은 이제 보통 사람들의 일상도 돌봄의 대상으로 보편화되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꼭 부족해서 채워주는 게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 기대는 것이지요. '분초사회'를 숨 가쁘게 살아야 하는 힘든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김난도 교수 등이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낸시 폴브레 매사추세츠대 경제학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그 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이끌어 경제 성장을 추구한 것이 자신의 이웃을 좇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면, 개인주의 사회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경제적 조건은 다른 사람을 돌보려는 '보이지 않는 가슴'이다."

이제 돌봄은 우리의 일상이며 경제 문제가 되었습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